“주택 가격 거품론 근거 약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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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최근 제기되는 주택가격 거품론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 12일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개최한 주택금융전문가협의회에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이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집값은 최고점 대비 33% 떨어졌지만 한국은 2% 하락하는 데 그쳤다는 거품론의 근거는 비교 잣대가 다른 데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서의 미국 집값은 대도시의 실거래가 기준인 반면, 한국은 전국의 주택 시세를 평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한국도 실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최고점(2008년 7월) 대비 최저점(2009년 1월)을 비교하면 전국 집값은 8.45%, 서울은 18.86%, 강남은 21.71% 하락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가격이 회복되긴 했지만 한국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조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주택가격 전망에 대해 이 교수는 “단기적으로 보금자리주택 공급과 미분양 물량, 금융규제 등으로 가격이 좀 더 조정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실물경기와 주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 집값도 다시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도권은 지역별·유형별 차별화가 나타나고, 비수도권은 미분양 물량이 많아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인구감소에 따라 집값이 급락한다는 주장도 과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집을 살 능력이 있는 35~54세의 비중이 2016년부터 감소하지만 주택을 구입하는 단위인 가구는 2030년까지 증가한 후 감소한다”며 “아직까지 최저 주거수준에 미달하는 주택들이 많아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이런 주택이 대체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라 집값이 완만하게 하락하거나 안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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