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야기] 경찰 식당운영 황종국 경사 알뜰경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최근 서울경찰청이 '신지식인'으로 선정한 서울 강남경찰서 경무과 황종국(黃鐘國.59)경사는 구내식당 운영담당이다.

맛있는 음식을 값싸게 공급해 1억5천만원의 예산을 절약했다는 게 선정 이유다.

충북 청원의 산골 출신인 그는 어려서부터 밭일 나간 부모 대신 여섯 동생에게 밥을 해 먹였다.

"유독 넷째 동생이 입이 짧아 부모님께 고깃국 한번 해주자고 졸랐는데 동생이 급히 먹다 체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한이 됐다. 군 시절엔 졸병들을 위해 매운탕.취나물 등 끊임없이 뭔가를 해 먹였다.

1980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그는 98년 식당운영을 자원했다.

"매일 새벽 2시 가락시장에 가 싸고 싱싱한 재료를 경매로 사고, 봄에 1년 먹을 젓갈을 담갔습니다. 시골에 내려가 배추를 밭떼기로 사고, 장아찌와 시래기를 만들었지요."

그는 맛있는 밥을 먹는 동생을 상상하며 이런 일을 했다고 한다. 소문난 식당을 찾아다니며 별미를 전수하는 노력도 곁들였다.

하루 80명 정도가 이용하던 식당은 그가 맡은 이후 부근 회사원들까지 3백명 넘는 사람이 찾는다.

그의 동료는 "배 고프던 시절을 생각하며 연말이면 식당 수익금으로 결식아동에게 장학금을 주는 인정 많은 사람"이라고 黃경사를 소개했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