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포럼 '사건X파일'] '이해찬 1세대'의 학력저하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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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7일 실시된 수학능력시험이 어렵게 출제돼 올해 입시에서 재수생에 비해 고등학교 재학생들의 열세가 예상되자 "이해찬(李海瓚)전 교육부장관의 정책이 현재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학력을 저하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998년 李전장관이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현재의 고3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99년부터 자율학습과 보충수업을 전면 폐지하고 모의고사 횟수도 제한했기 때문.

이로 인해 지난주 이들 '이해찬 1세대'의 학력저하를 둘러싼 책임공방은 우리 사회 최대 이슈가 됐다.

본지 사회부 사건팀이 운영하는 조인스닷컴(http://www.joins.com)의 기자포럼 '사건X파일'에도 여러 네티즌 독자들이 이번 수능의 난이도 조정과 '이해찬 1세대'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혔다.

'수험생이었던 사람'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李전장관의 정책은 무용한 주입식 교육을 창조적 사고를 유도하는 교육으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현 고3학생들의 학력저하는 원래 계획된 것이었던 만큼 '이해찬 1세대'라는 식의 책임론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저학년 땐 미국 학생들보다 문제 풀기에 강해 성적이 우수했지만 갈수록 응용력이 떨어져 나중에는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없었다는 이민자들의 사례를 생각해보라"며 창조력 배양을 위한 교육개혁이 불가피함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네티즌('글쎄…')은 "그렇다면 현재 고3학생들이 과연 창조적인 교육을 받고 있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며 "한 고등학교에선 '한글을 창제한 왕을 쓰시오' 같은 유치한 문제가 나왔는데 이것이 창조적인 교육이란 말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결국 창조적 교육도 받지 못하고 수능에서 좋은 점수도 받지 못한 고3학생들은 피해자"라며 "이 사태는 李전장관과 교육부의 책임"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번 공방을 지켜보며 우리 사회의 교육현실 전반을 개탄하는 의견도 있었다.

김경연씨는 '누가 책임질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널뛰기 수능' 등 기준 없는 교육정책이 학생들을 '실험용 쥐'로 만들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교육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7차 교육과정도 수행평가 등을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사교육열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공교육의 질 저하에 따른 국가 경쟁력 약화는 누가 책임지느냐"고 물었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한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조주형씨는 "이번 수능이 쉬웠다면 언론들은 또 대입시험의 변별력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을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책임론을 제기하기보다 수험생들에게 정보를 주는 차분한 보도 태도가 아쉽다"는 의견을 밝혔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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