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로 준비하는 대입 논술·면접] 안락사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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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가족이 불치병으로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당하거나 식물인간 상태라면 어떻게 할까?

네덜란드가 세계 최초로 지난 4월 안락사를 합법화한 데 이어 벨기에도 올해 하원에서 법안을 표결에 부치기로 해 안락사 찬.반 논쟁이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안락사의 허와 실을 알아본다.

◇ 뿌리 깊은 안락사 논쟁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더 이상 참을 순 없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파괴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

"생명은 신의 영역이므로 인간이 개입해선 안된다. 안락사 합법화는 살인을 공인하는 것이고 결국 악용될 수 있다."

안락사에 대한 평가는 이렇듯 엇갈린다. 의술이 발달했지만 많은 환자들이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며 생을 마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락사의 사전적 정의는 생존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다.

본질적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직결된 문제여서 종교.윤리.법률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논쟁의 뿌리가 깊다.

역사적으로는 그리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4세기께 의성(醫聖) 히포크라테스는 "나는 누구에게도 독약을 주지 않을 것이며-비록 그렇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더라도-그런 계획을 제안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6세기엔 토머스 모어(1478~1535)가 『유토피아』에서 안락사의 허용을 주장하기도 했다.

1995년 로마 교황은 안락사를 '하느님의 율법에 대한 중대한 위반'으로 규정한 바 있다. 그리고 네덜란드가 안락사를 합법화하자 교황청은 이를 살인 행위라며 비난했다.

◇ 활동 주제

①사람은 죽음을 체험할 수 없기 때문에 두려워 한다. 인터넷 백과사전과 관련 사이트를 검색해 죽음과 적극적 안락사, 소극적 안락사의 정의를 알아본다. 정신과의사이며『아직도 가야 할 길』의 저자인 M 스콧 펙(1936~) (http://www.mscottpeck.com)이 안락사 문제를 다룬『영혼의 부정』(2001.김영사) 을 참고해도 좋다.

②수년 동안 키운 애완동물이 불치병에 걸려 극심한 고통을 당한다면 안락사를 권하는 수의사의 말에 동의하겠는가□ 사람과 동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③'환자의 권리에 관한 리스본 선언(1981년)'에 의하면 환자는 치료 거부권과 품위 있게 죽을 권리를 가진다. 서구에서는 80년대 중반 이후 '품위 있는 죽음' 을 위해 환자의 뜻에 따라 해마다 수천건의 안락사가 이뤄진다. 안락사 허용의 장점과 부작용을 학급원이 돌아가며 한가지씩 말한 뒤 유사한 것끼리 짝지어 정리한다. (☞본지 2000년 1월 31일자 5면 등 참조).

④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6%가 안락사에 찬성했다. 안락사는 법적으로 살인죄 또는 촉탁살인죄의 범죄 구성 여부가 핵심이다. 허용한다면 부작용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전제 조건 4~5가지를 들어보자.

⑤임종을 앞둔 채 극심한 고통을 당하는 환자에게 안락사 말고 대안은 없을까□

☞스콧 펙은 『영혼의 부정』에서 안락사의 대안으로 환자의 육체적 고통과 죽음 이후의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극복하도록 돕는 진료 형태인 호스피스를 제시한다.

⑥히포크라테스 선서는 환자에게 '고통으로부터의 구제'와 '생명의 지탱과 보호'라는 두가지를 동시에 약속한다.안락사에 관한 의학윤리 논쟁의 딜레마다.'죽음의 의사'로 유명한 미국의 잭 케보키언(72)은 1백30여명의 안락사를 도와 99년 2급 살인죄로 10~2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다.

그러나 미국의 한 민간단체는 그에게 '인도주의 시민행동가상'을 주는 등 평가가 엇갈린다. 케보키언에 대해 자신의 입장(찬.반.절충 등)을 정리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넣어 1천~1천6백자 안팎으로 안락사에 대해 논술한다.

이태종 기자

*** 찬성

*** 찬성

회복할 가망이 없는 환자와 그를 보살펴야 하는 보호자 양쪽의 처지를 따지면 안락사를 반대할 수만은 없다.

친척 아저씨 한분이 지난해 6개월의 암투병 끝에 돌아가셨다.

병을 발견했을 때는 말기여서 의사는 고개를 내둘렀다.

아저씨는 밥조차 스스로 먹을 수 없는 무력한 자신을 보며 절망했다. 끝내 "차라리 지금 평화롭게 죽고 싶다"며 안락사를 요청했다.의사가 거부하자 아저씨는 스스로 링거주사를 뽑아 두차례나 자살을 기도했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며 죽음을 곁에 두고 사는 게 두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얼마가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치료 방법이 없는 환자를 보살펴야 하는 보호자의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보호자는 많은 돈과 시간을 써가며 희생할 수밖에 없다.

앞서 아저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보호자인 아주머니는 휴직계를 내고 간호에 전념했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적지 않은 나이에 휴직은 곧 사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환자의 삶만이 삶이 아니다.호전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단지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보호자에게 온통 희생하라고 강요할 순 없다.

불치병으로 힘들어 하는 환자가 더 이상 삶을 원하지 않는다면 연명하는 나머지 삶은 환자나 보호자 모두에게 고통일 뿐이다.

김자영 대구 정화중 3학년 (본지 학생 명예기자)

*** 반대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결정할 권리가 있는가? " 이 명제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쟁점이 돼왔다.

안락사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에 대한 권리'라며 참을 수 없는 병의 고통은 인간의 존엄성까지 파괴한다고 주장한다.

치유될 가망이 없는 병으로 고통을 겪으며 죽느니 차라리 고통 없는 편안한 죽음이 인간다운 삶이라는 것이다.

물론 말기 암환자가 겪는 고통은 환자 본인뿐 아니라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들도 힘들게 한다.그래서 안락사를 인정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그러나 이는 안락사가 부를 부작용을 간과한 것이다.

안락사를 합법화하면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생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이렇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사회에 만연한 생명 경시 풍조를 부채질하게 된다. 또 환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남은 사람의 편의에 따라 생명의 존재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아무리 철저하게 규제한다 해도 범죄의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환자의 고통이 크더라도 이렇듯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며 사람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결정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러온다. 안락사를 허용하기보다는 근본적인 질병 치료 방법 연구에 한층 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량희 부산 금정여고 2년 (본지 학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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