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소형차’ 스즈키 한국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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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세계 1위 소형차 메이커인 일본 스즈키가 이르면 하반기 한국에 진출한다.

익명을 원한 스즈키 일본 본사 관계자는 12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 하반기 환율 움직임을 살펴 소형 지프인 ‘짐니’와 소형차 ‘스위프트’, 그리고 왼쪽 핸들 전환이 가능한 배기량 1000㏄ 미만의 일부 경차 모델을 한국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스즈키 본사의 해외영업담당 간부가 협회를 방문해 수입차 시장과 현황, 딜러 조사를 했다. 이 간부는 일주일 정도 서울에 머물면서 국내 수입차 시장 패턴과 경차 및 소형차를 좋아하는 젊은 소비자의 구매 트렌드를 집중 조사했다.

올해 출시 40년을 맞은 짐니(사진 왼쪽)는 1.3L 가솔린 엔진에 4단 자동변속기를 단 모델이다. 일본 가격은 140만 엔(약 1700만원) 정도다. 짐니는 합리적인 가격에 독특한 모양으로 미국에서도 인기다. 스위프트(오른쪽)는 깜찍한 디자인에 단단한 차체로 핸들링이 좋은 게 특징이다. 일본과 유럽에서 ‘올해의 차’에 뽑힌 대표적인 소형차다. 1.2, 1.3L 가솔린 엔진에 무단변속기(CVT)를 달고 연비 16㎞/L 이상 나온다. 가격은 120만 엔(약 1450만원)대.

경차·소형차 전문업체인 스즈키가 한국 진출을 저울질하는 것은 최근 달라진 국내 시장 상황 때문이다. 수입차 비중은 지난해 말 내수시장의 6%를 넘어섰으며, 올해는 8% 점유가 예상되고 있다. 수입차 중에서도 3000만원대의 소형차(골프·미니 등) 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올해 1~4월 수입차 시장에서 3000만원대 점유율은 26%로, 지난해 같은 기간(19%)보다 7%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20대 후반부터 30대까지의 젊은 층이 소형 수입차 구입에 관심을 갖고 있다.

여기에 유가가 오르고 실속파 소비자들이 늘면서 경차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올해 1~4월 국내에서 판매된 경차는 총 5만190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늘었다. 그동안 기아차 모닝이 독주하던 경차 시장에 지난해 GM대우의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신차가 나오면서 탄력을 받았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경차 시장은 15만 대를 돌파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공산이 크다. 지금까지 경차가 가장 많이 팔린 해는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15만172대였다.

스즈키는 한국 경차 시장이 작은 것은 소비자들이 경차를 싫어하기 때문이라기보다 차종이 2개에 불과해 선택의 폭이 좁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다양한 경차 모델을 선보일 경우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수입차에서 경쟁이 없는 2000만원 전후 가격을 맞추면 월 200대 이상 판매는 문제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차협회 관계자는 “스즈키는 개성 있는 경차 모델로 승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스즈키=1909년 직기제작소로 창업해 방직기와 모터사이클을 생산하다 54년부터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창업자 손녀의 사위인 스즈키 오사무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 231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매출 2조4691억 엔(약 30조원)에 영업이익 794억 엔(약 9700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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