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분위기 띄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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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3일 하와이 동포간담회에서 "좀더 신뢰를 갖고 성의있게 대화에 응하라"고 북한에 촉구했다. 북핵문제 해결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려면 북한의 호응이 절실하다는 메시지를 평양 측에 보낸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이란 큰 가닥을 잡은 만큼 이제 북한이 4차 6자회담 참여 등 화답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남북관계에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당국대화 재개에 기대를 나타냈다.

이런 언급에는 북핵 6자회담과 남북대화 채널이 모두 얼어붙는 바람에 평화번영정책의 청사진이 이행되지 못한다는 노무현 정부의 절박함이 깔려 있다. 올해 안에 두 회담 테이블에 북한을 끌어 앉혀야 대북 특사 파견이나 김정일 답방, 2차 남북 정상회담 추진 등에 유리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하지만 여건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노동신문은 23일 "부시 행정부의 대조선 적대정책 변경과 평화공존 의지가 6자회담 재개의 종자(핵심)"라며 북한의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북한의 불신이 너무 깊은 것도 문제다. 지난해 정부의 대북송금 특검 결정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북한은 지난 7월 김일성 10주기 조문 불허를 빌미로 남북관계의 문을 닫아걸었다. 7월 말 동남아 탈북자 468명의 집단입국 등 악재도 이어졌다. 급기야 북한은 남북 장관급 회담 남측 수석대표인 정동영 통일장관을 '기피인물'로 지목하는 등 6.15 공동선언 이후 지켜온 한계선을 넘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회담 직전까지도 대남.대미 비난을 퍼붓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미 대선 결과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판단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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