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줄줄이 미루고 가격 내리고…건설업체들 보금자리 대책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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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중견 건설사인 J사는 이달 경기도 김포시 양곡에서 준비하던 아파트 사업을 접을까 고민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보금자리주택이 대거 공급되면서 사업성이 급속히 위축됐다고 판단해서다. 이 회사 주택개발팀장은 “비싼 땅값으로는 보금자리주택과 경쟁할 만한 분양가 책정이 어렵다”며 “아직 확정되지 않은 땅 매입비가 기대보다 비싸다면 사업을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 공급의 후폭풍이 거세다. 민간 건설사들은 줄줄이 분양을 미루고 사업 포기를 검토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사업을 하는 업체들도 보금자리주택에 맞춰 분양가를 내리고 주택형을 조정하다 보니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다며 울상이다.

◆줄줄이 분양 연기=국토해양부가 이달 초 발표한 민간건설사의 이달 서울·수도권 분양 계획 물량은 15곳 8482가구다. 하지만 본지 확인 결과 이들 가운데 실제로 분양하는 곳은 계획의 24%인 2039가구(5곳)에 불과하다. 이런 현상은 이달 만이 아니다.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아파트 분양계획 대비 실제 실적은 2월 6.1%, 3월 4.3%, 4월 43.1%에 불과했다.

우남건설은 경기도 고양시 삼송동에서 이달 중 1200여 가구를 분양하려다 10월 이후로 분양을 미뤘다. 이 회사 허재석 본부장은 “사람들이 온통 보금자리주택에만 관심이 있어 지금은 때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며 “6~7월로 일정을 늦추려다 보니 비수기와 장마철이 걸리고 아예 가을로 연기하려니 다시 3차 보금자리주택과 경쟁해야 하므로 일정을 잡기 어렵다”고 전했다.

◆크기 줄이고 가격 내리고=어쩔 수 없이 분양에 나서는 업체는 보금자리주택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분양가를 내리고 주택형을 바꾸는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남양주시 별내지구에서 최근 분양한 한화건설과 신안은 분양가를 3.3㎡당 1000만~1100원대로 정해 보금자리(3.3㎡당 990만원선)와 가격 차이를 좁혔다. 이 분양가는 별내지역에서 지난해와 올 초 분양한 다른 단지에 비해 3.3㎡당 최고 180만원가량 낮은 것이다.

시설 특화를 통해 수요자의 눈길을 끄는 곳도 있다. 2차 보금자리지구인 남양주 진건지구 인근 도농동에서 재건축사업을 벌이는 동부건설은 수영장 커뮤니티 시설을 당초 904㎡에서 1785㎡로 확대하면서 스포츠센터와 독서실 등을 갖추기로 했다.

올 하반기 남양주시 퇴계원에서 571가구를 분양할 금호건설도 분양가를 최대한 낮추고 마감재를 고급 사양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설계 변경을 통해 아파트 크기를 줄이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다음 달 별내지구에서 분양할 우미건설은 당초 계획했던 128㎡형(전용면적)을 없애고 대신 101㎡형을 두 배로 늘렸다.

박일한·임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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