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직의원 지위 남용 무방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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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회의원이 기업체 또는 다른 단체의 임직원이나 변호사.의사 등 다른 직무를 겸하고 있을 경우 이를 신고하도록 한 국회법의 의원 겸직 신고 조항과, 직접적 이해관계를 가지는 상임위에 배치될 수 없도록 한 청렴 의무 관련 조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입수한 '16대 국회의원 겸직 신고 현황'(올 5월 말 현재)에 따르면 국회의원 2백73명 가운데 겸직 의원은 1백33명으로 집계됐다. 직업별로는 변호사 37명,기업체 관계자 22명, 학원 이사장 등 교육 관련 8명,병원장 3명 등이다. 당별로는 민주당 64명, 한나라당 56명, 자민련 11명, 민국당 1명, 무소속 1명이다.

국회법 제48조는 '의장 및 교섭단체 원내총무는 의원이 기업체 또는 단체의 임직원 등 다른 직을 겸하고 있는 경우, 그 직과 직접적 이해관계를 가지는 상임위원회의 위원으로 선임하는 것이 공정을 기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 해당 상임위 위원으로 선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법사위에는 여야를 포함 13명의 변호사가 배치돼 있어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체 관련 의원들은 재경위에 3명, 정무위에 1명, 산업자원위에 5명이 배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교통위엔 2명,농림해양수산위에 2명, 과학기술정보통신위에도 3명이 소속돼 있다.

보건복지위에는 2명의 병원장과 한명의 제약회사 대표 겸직 의원이 있으며 문화관광위에 방송사 또는 학원 관련 겸직 의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나라당 주진우(朱鎭旴)의원의 경우 원양어업을 하는 사조산업 대표를 겸직하면서 농림해양수산위에 소속된 상태에서 노량진수산시장을 헐값에 인수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으며, 민주당 이상수(李相洙.법사위)의원은 벤처회사 주식 분쟁에 변호사 선임계를 내지 않은 채 검찰에 수사진행 상황을 물어 물의를 빚었다.

이와 함께 상당수의 변호사 겸직 의원들이 기업체의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고문변호사 겸직을 신고한 의원은 한사람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경우 '겸직 취임 후 15일 이내에 의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는 조항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30일 "신고하지 않아도 처벌규정이 없는 탓에 많은 의원이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상연.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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