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 일본외상 사무실 문걸고 농성 벌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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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취임 6개월 동안 잇따른 돌출행동으로 구설에 올랐던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사진) 일본 외상이 또 '엉뚱한' 행동으로 스타일을 구겼다.

다나카는 29일 밤 외무성 인사과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근 채 직원들에게 인사과장 경질 명령서를 만들라고 요구하며 두시간 가까이 농성을 벌였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다음달 1일 일왕이 참석하는 엔유카이(園遊會) 행사 참석자 명단을 자신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 경질을 요구한 이유로 알려졌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다나카는 자신의 지역구 인사들을 엔유카이에 초청하고 싶어했지만 인사과장이 반대했다"면서 "인사 명령서를 만들어 제출하겠다는 약속을 한 후에야 다나카가 농성을 풀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현지의 한 소식통은 "이런 약속은 받았지만 실천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일로 다나카 경질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이미 지난 27일자 사설에서 "외교 부재는 총리의 책임"이라며 다나카 경질을 촉구한 바 있다.

특히 미국 테러 사태 이후 일본 정계와 언론계에서 '다나카 무용론'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주요 외교정책은 총리가 직접 주도하고, 주요 정보는 외상을 거치지 않고 총리실로 바로 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나카는 자신이 '집단 따돌림(이지메)'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론의 시선은 따갑다. 국회 참석을 이유로 다음달 열릴 유엔총회.주요 8개국(G8) 외무장관 회담 등 주요 국제회의에 불참키로 한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다나카가 부담스럽다.

그러나 정치적 인기가 여전히 높고 지난 4월 총재선거 때 신세를 진 다나카를 지금 경질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다음 개각 때는 경질 1호가 다나카일 것으로 일본 정계와 언론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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