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 저작전문사의 자금·마케팅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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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올 봄 국내 출판사와 저작전문회사 사이에 선보인 '인큐베이팅 출판 계약'이 열매를 맺으며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두 주인공은 국내 최대 컴퓨터서적 전문 출판사 영진닷컴(대표 이문칠)과 웹디자인.그래픽 저작전문회사 하우콤(대표 김철회)이다.

이들이 제휴해 펴낸 책이 국내에서의 인기 여세를 몰아 정보기술(IT) 본고장 미국에 처음으로 다음달 수출된다.

이문칠 영진닷컴 대표는 "하우콤이 저술하고 영진닷컴이 출간한 『포토샵 아트갤러리』가 영문으로 번역돼 미국의 무스카앤드리프먼 출판사(Muska&Lipman Publishing)를 통해 오는 11월 초 미국시장에 처음 수출된다"면서 "액수는 1만달러로 아직 적지만 이번 일이 출판계는 물론 침체한 IT업계에서도 새 활력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큐베이팅 출판은 출판사와 저작회사간 역할분담을 통한 윈윈(win-win)게임이다. 가장 큰 특징은 지명도 있는 대형 출판사가 저작전문회사에 안정적 경영자금과 마케팅을 지원하는 것. 작지만 가능성있는 기획.저술전문 벤처기업이 수준 높은 책 저술에만 집중하게 한다. 한마디로 출판사의 지명도.마케팅능력과 저작회사의 전문성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19세 때 컴퓨터관련 출판에 뛰어들어 30여권의 책을 낸 김철회(35)하우콤 대표는 "직원 급여를 비롯한 회사의 기본경비와 마케팅을 영진닷컴이 지원하기 때문에 하우콤은 도서의 질을 높이기 위한 조사.연구.집필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출판사가 특정 저자를 관리 차원에서 비공식적으로 지원하거나 인세를 미리 지급하는 경우는 왕왕 있다. 하지만 전직원이 저술가로 구성된 저작회사와 공식 계약을 해 저작회사의 경영자금을 출판사가 정기적으로 지원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인문사회과학 출판사 관계자는 인큐베이팅 출판 방식에 대해 "수요가 충분해 미리 투자할 수 있는 시의성있는 책이나 실용서에 우선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회사의 제휴가 가능해진 데는 국내 컴퓨터 도서 시장의 변화도 작용했다. 올 상반기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컴퓨터 서적의 약세가 뚜렷했다. 그 이유는 컴퓨터 도서시장에 여러 회사가 뛰어들어 입문서 시장이 분화됐고 또 독자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의 활성화로 독자들은 컴퓨터 입문서보다 한발짝 더 나아가 컴퓨터 그래픽과 같은 전문적 활용서를 요구하고 있었다.

결국 제휴를 통해 영진닷컴은 실질적 매출 증대효과 이외에 입문서는 물론 믿을 만한 전문서도 펴내는 출판사로의 이미지 상승효과도 얻었다.

이문칠 대표는 "올해만 4백50종을 내는 영진닷컴의 전체 출판에서 하우콤이 올해 펴낼 20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IT 본고장에 첫 수출 한 것을 바탕으로 중국 등 세계 시장을 계속 넓혀나가기 위해서도 우수한 기획.저작회사에 대한 인큐베이팅 사업을 계속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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