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삼성화재배 4강전 한국·중국 맞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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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이창호(26)9단 대 창하오(常昊.25)9단. 조훈현(48)9단 대 마샤오춘(馬曉春.35)9단.

제6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전은 겉모습만 본다면 한.중 전면전이다. 그러나 내용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번의 2대2 대결구도 속에 숨은 중국의 '간절한 염원'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바둑의 '싹쓸이'가 더욱 거세지는 상황에서도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준결승전에 2명의 최강자를 진출시키는 최대의 성과를 거뒀다. 중국으로선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또 몇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고 그들은 가슴을 졸이고 있다.

한국은 과거 동양 3국 중 꼴찌의 실력이었지만 몇번의 극적인 역전 우승을 통해 순식간에 최강의 실력자로 발돋움했다. 강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면 강해지는 게 승부세계의 법칙이며 중국도 그걸 잊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여유있는 한국'과 '필사적인 중국'의 맞대결이 펼쳐지는 이번 준결승전의 결과는 과연 어떻게 나타날까.

우승상금은 2억원. 준결승전은 3번기로 11월 6~9일 유성(儒城) 삼성화재 연수원에서 열린다.

^이창호9단 대 창하오9단=창하오9단은 현재 중국랭킹 1위의 기사다. 3,4년전 발군의 기세로 치고 나올 때는 이창호9단을 이길 수 있는 신병기로 인정받았고 중국의 기대도 매우 컸다.

하지만 창하오는 그동안 이창호와의 대결에서 2승14패라는 참담한 패배를 맛보고 있다. 마샤오춘9단의 10연패에 비해 그리 나을 게 없는 전적이다.

이번 준결승전은 더구나 단판승부도 아니고 3번기로 펼쳐지기 때문에 이창호9단의 승산은 더욱 높아보인다. 힘 좋은 창하오. 그러나 번번이 이창호의 계산력에 밀리는 창하오. 전략의 한계에 봉착한 그가 이번에 들고나올 포진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이9단은 일본의 히코사카 나오토(彦坂直人)9단, 중국의 왕레이(王磊)8단, 이세돌3단 등을 차례로 꺾었고 창하오9단은 대회 최연소 참가자인 송태곤2단(15세), 한국 신인왕 조한승4단, 여성 최강 루이나이웨이9단을 이기고 4강에 올랐다.

^조훈현9단 대 마샤오춘9단=마샤오춘9단은 한때 욱일승천하다다가 이창호9단이란 천적 때문에 사그라들기는 했지만 그의 실력만은 여전히 알아준다.

이번 대회에서도 양재호9단, 유창혁9단, 박정상2단 등 한국기사 3명을 연파하고 준결승에 올라 유시훈7단, 판산치(藩善琪)5단, 안달훈4단을 누르고 올라온 조훈현9단과 결승진출을 다투게 됐다.

조9단과 馬9단의 전적은 조9단이 6승7패로 팽팽하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조9단이 2연승을 거두고 있어 최근 두드러진 조9단의 상승세와 馬9단의 하락세를 보여준다. 그러나 馬9단도 이혼.교통사고.언론과의 마찰 등 악몽에서 벗어나 예전의 컨디션을 되찾고 있어 이번 대결은 5대5의 팽팽한 접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일 KBS-1TV와 세계사이버기원, 타이젬 등 인터넷이 생중계한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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