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이창호 "12월 춘란배 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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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이창호9단이 내년부터 중국리그에 나가기로 결정한 것은 순전히 마샤오춘(馬曉春)9단 때문이었다. 이9단은 자신의 최대 피해자라 할 馬9단의 요청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9단은 비행기 타기를 극도로 꺼린다. 중국기원의 공식 참가 요청을 이미 몇 차례나 거부한 것도 바로 비행기 탓이었다. 그런 이9단이 매년 네 차례나 중국을 왕래해야 하는 '중국리그 진출'을 받아들인 이면엔 마샤오춘이란 숨은 카드가 있었던 것이다.

馬9단은 1995년 세계랭킹 1위였으나 96년 이후 세계대회 결승전 등 중대한 고비에서 이9단에게 무려 10연패당하며 철저히 무너져버린 중국 최고수. 무수한 역전 반집패에 좌절과 한탄을 거듭해온 馬9단이었다.

그런 馬9단이 절치부심의 한을 접고 이9단에게 "한 팀이 되자"고 제안하자 이9단은 인간적인 측면에서 진지하게 숙고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비정한 승부세계의 색다른 이면이 아닐 수 없다.

다음은 이9단과의 일문일답.

-이9단의 중국행을 놓고 바둑팬들,특히 네티즌들의 반대가 심하다. 한국기원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고 이9단이 아직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중국행은 결정된 일이고 12월 춘란배 때 중국에서 계약하기로 했다. "

-이9단이 馬9단과 같이 활동하게 될 저장(浙江)팀은 메이저리그격인 갑조라서 일년 내내 홈 앤드 어웨이로 시합을 하는데…….

"나는 1년에 네판만 둔다. 이미 알려진 대로 1국에 1만달러이지만 돈은 중요한 요인이 아니다."

-그렇다면 비행기 타기를 그토록 싫어하는 이9단이 전격적으로 중국행을 결정한 진짜 동기는 무엇인가.

"그동안 중국기원이 몇 차례 요청했으나 거절했다. 중국리그 참여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여겼지만 솔직히 비행기 타기가 너무 싫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닌 馬9단이 중국행을 부탁하자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네티즌 중엔 '이창호와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샤오춘이 마지막 수를 쓰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복기할 때 이9단이 수를 다 가르쳐주게 된다는 얘기다.

"바둑의 깊이를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9단의 중국행은 결정된 것인가.

"최소 1년은 그렇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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