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구성 … 임무 막중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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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천안함 사건으로 여지없이 허점이 드러난 안보 태세를 재점검할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점검회의)’가 어제 구성됐다. 이 회의에는 이상우 전 한림대 총장을 의장으로 해 국방안보 전문가 15명이 참여했다. 이를 계기로 국가안보의 전 분야에 특단의 쇄신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의 안보 태세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상론에 치우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은 18만 명에 달하는 특수부대와 핵무기·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갖추고 수시로 대남 위협을 자행해 왔다. 특히 천안함 사건처럼 우리의 허점을 기습적으로 파고들어 언제든 일격을 가할 수 있는 전투력도 부단히 키워 왔다. 그럼에도 우리 군은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군사력을 증강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간주했다. 그 결과 ‘대양해군’이나 ‘항공우주공군’ 등 이상주의적인 전략이 풍미하게 됐고 대북 전력 보완은 경시했다. 자만심에 빠졌던 것이다. 점검회의가 가장 먼저 다뤄야 할 과제는 바로 이것이다. 북한의 대남 위협을 시급히 재평가하고 이에 맞춰 국방 태세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북한의 전면적 대남 공격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일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 군의 독자적 능력만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미 동맹을 유지·강화함으로써 북한이 전면전을 도발할 조짐을 보이면 사전에 이를 무력화할 수 있도록 압도적인 연합전력을 갖춰야 한다.

다양한 수준에서 제기되는 북한의 국지적 도발 위협을 차단하기 위한 대비도 시급하다. 1, 2차 연평해전과 대청해전을 통해 우리는 북한이 해상 도발은 더 이상 하지 못할 것으로 평가했다. 또 수심이 낮고 조류가 빠른 서해 연안에서의 수중 공격은 불가능할 것으로 방심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허점을 파고들어 천안함을 폭침시킨 것이다. 이 같은 약점은 비단 서해에만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예컨대 땅굴과 미사일, 대규모 특수전 부대 등 다른 부문에서도 우리의 취약점을 노리고 있을지 모른다. 따라서 예상되는 모든 북의 위협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방 개혁 2020’을 어떻게 조정하느냐도 ‘점검회의’에 주어진 과제다. 20여 년간 지지부진한 국방 개혁의 얼개를 이번엔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 여기엔 여러 가지 대책과 방안이 있겠으나 육·해·공군의 균형을 바로잡는 일이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고 본다. 육군 위주의 쏠림 현상을 지양하고 진정한 의미에서 ‘합동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영관장교 때 3군 합동교육을 실시하는 것 등이 한 방안이겠지만, 더 나아가 3군 사관학교의 통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 자군(自軍) 이기주의를 깰 수 있을 것이다. 3군 사관학교의 정원을 늘리고 우수한 인재가 입학할 수 있는 방안 마련도 중장기 정책 과제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