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꽃보다 홈런 … 김태균, 화끈한 효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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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의 한국인 타자 이승엽은 ‘5월의 사나이’로 불린다. 한국에서 뛸 때부터 5월에 유독 많은 홈런을 몰아쳤고, 2004년 일본 진출 후에도 5월에 강한 면모를 이어갔다.

그런데 이승엽을 능가하는 ‘5월의 사나이’가 나타났다. 올해부터 지바 롯데 4번 타자로 뛰고 있는 김태균(28)이다. 4월 한 달간 일본 야구에 대한 적응기를 거친 뒤 5월 들어 대폭발하고 있다. 이승엽을 뛰어넘어 일본 야구를 평정할 기세다.

김태균은 지난 8일 오릭스와의 경기에서 5회 3점 홈런을 터뜨려 시즌 홈런 수를 9개로 늘렸다. 팀이 3-1로 앞선 5회 초 2사 1·2루에서 상대 선발 가네코 지히로의 초구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크게 넘겼다. 김태균은 이날 경기 뒤 “(한국의) 어버이날을 맞아 꽃 대신 홈런을 선물해 기쁘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지난 3일 김태균의 부모가 일본을 일시 방문했을 때 김태균이 연타석 홈런을 친 것과 어버이날을 결부시켰다. 그러나 이는 모두 5월 대약진의 일부분일 뿐이다. 김태균은 5월 들어서만 7경기에서 6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지난달 30일 소프트뱅크와의 경기에서 27일 만에 시즌 3호 홈런을 치면서 예열을 한 뒤 1일 소프트뱅크전에서 일본 무대 첫 연타석 홈런을 치는 것으로 화끈하게 5월의 문을 열었다. 이틀 후 니혼햄전에서 다시 연타석 홈런을 친 데 이어 4일 솔로포로 2경기 연속 홈런을 날렸다. 6~7일 경기가 없어 흐름이 끊길 법했지만 8일 3점포로 식지 않은 불방망이를 과시했다. 김태균이 5월 들어 올린 타점은 12개나 된다.

비록 9일 오릭스와의 경기에서는 5타수 무안타·4삼진에 그쳐 11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 끊겼지만 5월 대약진 속에 홈런·타점 2위 등 공격 주요 부문에서 퍼시픽리그 최상위권으로 수직 상승했다. 김태균은 최근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출루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간결하게 때렸는데 강한 타구를 보낼 수 있었다. 시즌 초반에는 힘이 너무 들어갔었는데 지금은 힘을 빼고 타석에 들어선다”고 타격감 상승의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김태균은 한국에서도 5월에 무척 강했다. 한화 소속이던 2007년 5월 한 달간 78타수 32안타(타율 0.410)·8홈런·25타점을 몰아쳤고 2008년에도 68타수 27안타(타율 0.397)·8홈런·22타점의 좋은 성적을 냈다.

김태균이 이처럼 5월에 강한 것은 홈런 타자의 특성상 시즌 개막 후 4월 한 달간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 날씨가 따뜻해지는 5월에 집중적으로 힘을 쏟아붓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 진출 첫 시즌인 올해도 5월 강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은 4월까지 컨디션 조절은 물론 일본 투수들에 대한 적응도 완벽히 마친 결과로 풀이된다. 5월이 시작된 지 이제 불과 열흘. ‘5월의 사나이’에겐 보여줄 것이 훨씬 많이 남아 있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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