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개봉 3D 애니 '런딤'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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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칸 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슈렉'을 비롯해 최근 미.일 중심의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3D 애니메이션.

우리 나라는 다음달 10일 개봉하는 '런딤'으로 첫 발자국을 떼어놨다. '아크''리니지''로보트 태권브이'등을 제작하고 있는 디지털드림스튜디오(DDS.대표 이정근)가 TV 시리즈 13부작을 극장용 장편으로 새롭게 만들었다.

'런딤'은 일단 외형적인 면에서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1백% 디지털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1백%'의 원조라면 1999년 개봉한 김혁 감독의 '철인사천왕'이 거론되긴 하지만, 디즈니.드림웍스 등 3D 선진국의 제작 방식에 근접한 것은 '런딤'이 최초다. DDS의 모션 캡처(실제 인물에게 센서를 부착해 움직임을 따는 기법) 스튜디오는 아시아 최대 규모다. 제작비는 45억원을 들였다.

◇ 초등학생 겨냥한 로봇물=무대는 서기 2050년. 지구의 환경수비대 그린 프런티어와 핵 폐기물을 무단투기하는 집단 네서스가 전투를 벌인다.

그린 프런티어의 대장 강두타가 네서스의 전위 대원인 박주노의 목숨을 구한 뒤 이들이 힘을 합쳐 로봇 런딤과 울트라 런딤 등을 내세워 결국 지구의 환경을 지킨다는 전형적인 권선징악형 줄거리다.

DDS는 지난 8월 미국에서 방영된 국산 애니메이션 '큐빅스'처럼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로봇을 대결 구도 속에 등장시킨 뒤 완구용품으로 출시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런딤이 외형상 별로 특색이 없고 다른 로봇과 쉽게 구분이 안되는 것이 단점이다.

◇ 기술력은 어느 정도='런딤'에는 모두 2백50여종의 배경 데이터가 쓰였다. 등장하는 캐릭터만 3백가지가 넘는다. 물에 잠긴 도시 등 배경 묘사는 회화적인 냄새를 최대한 풍기려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얼마 전 '사이버 배우'를 선보였던 '파이널 판타지'를 기대하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인물 캐릭터는 클로즈업을 하면 부자연스럽다. 그러나 하인리히 소령 등 악역 캐릭터는 찡그리는 표정이나 얼굴의 명암이 상당히 사실적이다.

◇ 목소리 연기.주제곡 관심=탤런트 김정현.소유진이 강두타와 유미라 역을 맡아 목소리 연기를 펼친다. '슈렉'에서 카메론 디아즈나 에디 머피가 발군의 연기를 보여줬듯 이제 애니메이션의 목소리 연기를 영화배우들이 맡는 것은 미국에서는 당연한 일이 됐다.

두 탤런트의 기용은 전문 성우 특유의 과장된 연기보다 훨씬 더 호소력 있다. 주제곡은 룰라 출신의 이상민이 작곡했고 톱스타 유승준이 불렀다.

◇ 아쉬운 점=극적인 요소가 제때 들어가지 못해 밋밋한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초등학생 대상"이라는 제작사의 말은 변명처럼 들린다. 초등학생을 극장으로 데리고 가는 부모들의 눈높이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특히 박주노가 네서스를 등지고 그린 프런티어의 일원으로 합류하는 과정은 너무 간단하게 처리돼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전체 관람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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