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괴한 총격·버스 폭탄 폭발…파키스탄 잇단 참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파키스탄 동부의 바하왈푸르에서 28일 오전 9시쯤(현지시간) 가톨릭 교회를 빌려 예배를 보던 개신교 신자 1백여명에게 무장괴한 여섯 명이 총기를 난사해 적어도 16명이 사망했다고 BBC 방송.AF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불만을 품은 이슬람 원리주의자 조직이 이번 사건의 배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외신들은 목격자들의 말을 빌려 이날 예배가 끝날 무렵 턱수염을 기른 괴한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성 도미니크 교회에 들어와 문을 잠근 후 AK-47 자동 소총을 난사하고 도주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로 에마뉴엘 마미흐 목사 등 민간인 15명과 경비를 서던 경찰관 한명이 숨졌다. AFP 통신은 12세 미만의 어린이 네명을 비롯해 여자 네명, 남자 여덟명이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세 명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 교회는 미국인 개신교 선교사들이 운영해왔으나 지난달 미국 테러 사건 이후 대부분 떠나고 현지인들이 지켜왔다.

파키스탄의 한 기독교 단체 관계자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시작된 지난 7일 이후 이슬람 조직이 '이 지역에서 성전(聖戰.지하드)을 수행하겠다'고 위협해 왔다"며 기독교인을 표적으로 한 테러 조직의 소행일 가능성을 내비쳤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이날 "훈련받은 테러리스트들이 연루됐을 수도 있다"며 "범인들을 끝까지 추적해 응징하겠다"고 말했다. 1997년 펀자브 남부 지방에서는 이슬람 신자들이 "코란을 모독했다"며 교회 13개와 기독교인들의 집 수백채를 불태우기도 했다.파키스탄의 기독교 인구는 전체(1억2천만명)의 1% 정도다.

한편 이날 파키스탄 남서부의 퀘타에서는 버스 안에서 폭탄이 터져 최소한 두 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아프가니스탄과의 접경 지역에 가까운 퀘타는 최근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항의하는 시위가 빈발했다.

김준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