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장 이문제] 포항 공립고교 남녀 학급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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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입 탈락 남학생을 줄이기 위해 학급을 늘리라."(전교조 경북지부)

"남녀차별금지법 규정상 동등하게 편성해야 한다."(경북도교육청)

전조교와 경북교육청이 포항지역 공립 2개 고교의 남녀 학급 수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 학교는 지난해 3월 개교한 남녀공학의 두호고와 장성고. <약도> 경북교육청이 두 학교의 학급을 내년 2개씩 증설하면서 남녀반을 5학급씩 편성키로 하자 전교조가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두 학교는 현재 8학급(남녀 4학급씩.학급당 인원 35명)씩으로 구성돼 있다.

전교조는 최근 성명을 통해 포항지역의 중3 여학생 수가 남학생보다 훨씬 적은 데도 공립고교가 학급 수를 똑같이 편성한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남학생은 인원이 많아 포항시내 고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반면 일부 여고엔 인원 미달사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포항의 전체 중3 학생 7516명 가운데 남학생은 4241명(56.4%)으로 여학생(3275명)보다 966명 더 많다. 이 때문에 고교 1학년 남학생 수용 가능인원이 4300여명(일부 학교는 남녀 함께 모집)이지만 경주.영천.영덕.울진 등 인근 지역에서 중학생들이 지원하는 바람에 일부 남학생이 고입에서 탈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교조 측은 매년 포항지역 남학생 300여명이 고교 입시에 탈락해 인근 지자체의 고교로 진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학생 학급은 남아돌아 올해 S여고의 경우 9학급 중 두 학급이 채워지지 않는 등 사립여고는 학생 모집난을 겪고 있다.

전교조 관계자는 "학생 수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학급 수를 정해야 하는 데도 교육청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며 "두 학교의 증설 학급을 모두 남학생 학급으로 조정하라"고 요구했다.

경북교육청은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규정상 남녀 학급을 동등하게 편성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한다. 이 법은 제4조는 '공공기관은 교육에 있어서 교육 기회.조건.방법 등에서 남녀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타 지역에서 학생이 들어오는 만큼 대구.경주 등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학생도 있어 탈락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교육청의 주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전교조의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일부 학교의 신입생 정원을 채워 주기 위해 법 규정을 어길 수는 없다"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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