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설] 한국의 무관심과 중국의 비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신 아무개씨라는 한 한국인이 중국 법정에서 마약사범으로 사형선고를 받아 처형됐다는 소식은 유감스럽다. 한국인으로서 외국에서 중죄를 저질러 사형당한 예는 이번이 정부 수립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외교통상부가 자국민의 처형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이나 중국이 우리측에 그 사실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은 것 모두가 상도(常道)를 벗어난 행태다.

우리는 중국에 가 마약을 만들어 유통시켰던 혐의를 받은 신씨의 행위를 변호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러나 외교부가 보인 자국민 보호에 대한 무관심과 중국 정부가 보인 국가간 관계에서의 비례(非禮)를 엄중히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주중대사관이나 외교부는 자국민 네명이 중국에서 체포돼 4년간이나 재판에 회부됐다가 사형 등 중형을 선고받고, 그 중 한명은 지난해 11월 수형 중 병사했던 사건임에도 지난 8월의 사형 확정선고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니 외교부가 그 후의 사형 집행을 알 리가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

평소 외국에서의 자국민 보호 임무가 외교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의 하나라는 인식을 가졌다면 외교부가 적어도 처형 직전에 가족과 면회라도 하도록 중국측과 적극 교섭할 수는 있지 않았을까. 집요할 정도로 자국민 보호에 나서는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도 우리나라에서 자국민이 체포되면 적극적인 영사활동을 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외교부의 맹성이 요구된다.

우리측의 확인 요청을 받고서야 중국측이 사후통고를 한 것은 외교관례를 무시한 처사다. 통상 국가간에 외국인을 사형에 처할 경우 해당국에 사전 통보하는 것이 관례이며, 우리측이 지난 6월 재판진행 과정을 문의까지 했는데도 중국측이 이를 통고하지 않은 행태는 양국간 우호관계를 해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중국은 양국간 관계가 긴밀해질수록 양국 국민이 상대국에서 이런 저런 범법행위에 연루되는 일이 늘어날 것임을 인식, 영사업무의 상호 협조에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