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지하철 방이역 역무원 노인에 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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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16일 오후 2시쯤 서울 지하철 5호선 방이역 매표소에서 있었던 일이다.경로증을 내미는 순간 매표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승차권을 두 손으로 보물단지처럼 받들고 유리창 밖까지 내밀더니 공손하게 "계단 조심하십시오"라고 말했다. 지하철을 27년간 이용했지만 그런 일은 처음이었다. 나는 놀라서 한참 동안 그 젊은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명찰을 보니 '김운태'라는 이름이었다.

다음날 오전 10시에 매표소에 갔을 때도 김운태군이 전날과 똑같은 태도로 승차권을 줬다. "왜 이렇게 친절하냐"는 내 질문에 그는 "당연히 할 일입니다"라고 답했다. 각박한 세상에 이런 젊은이가 있다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지하철 경로석에 앉아 김군과 같은 젊은이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모습을 상상했더니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언론이 앞장서서 전국의 숨은 선행자들을 세상에 알렸으면 좋겠다. 벌보다 상을 많이 주는 세상, 악인보다는 선인이 많은 세상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신문에서 선행자 기사를 자주 볼 수 있길 바란다.

최종수.서울 송파구 방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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