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전 떴다방 자충수에 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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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지난달 인기리에 분양한 경기도 용인 죽전택지지구에 몰렸던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분양권에 2천만~3천만원의 웃돈이 붙을 것으로 보고 주변 돈을 끌어 들여 뛰어들었다가 호가만 반짝했을 뿐 실제 거래가 끊겨 손해가 많기 때문이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수십명의 떴다방들이 평균 10개 정도의 당첨권을 한개당 5백만~2천만원 정도 주고 샀다가 계약기간 동안 실수요자에게 되팔지 못해 웃돈만 날리고 계약을 포기하거나 울며 격자 먹기로 계약했다는 것.

이번 죽전 동시분양에는 전문 떴다방이 아닌 '신진세력'들도 많았다. 자금력이 떨어지는 일부는 부동산 텔레마케팅 업체에서 뒷돈을 끌어댔다가 갚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떴다방들이 발목을 잡힌 또 다른 이유는 건설업체나 시행사가 발행하는 속칭 '물딱지'(일명 계약유예증서)때문.

물딱지란 정식 계약기간 동안 분양권을 팔지 못한 떴다방을 위해 회사측이 1백만원 정도를 걸고 가계약을 맺도록 한 뒤 10일 정도 계약기간을 늦춰주는 것이다.

떴다방들은 이 기간에 수요자를 데려오면 돈을 되돌려 받고 그렇지 못하면 떼인다.

죽전지구에서 분양한 A업체는 계약률이 낮자 떴다방들이 확보한 당첨권을 대상으로 물딱지를 발행했고, 떴다방들은 1백만원에 가계약했다가 매수자를 대지 못해 상당수가 돈을 떼인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죽전 인기를 믿고 '재미'보려던 철새중개업자들이 자충수를 둔 꼴이 됐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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