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활성산소' 불로장수의 적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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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4면

오래 살고픈 것이 인간의 소망임은 2천여년 전 중국 진시황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진시황은 신하들로 하여금 불로초를 찾게 했던 반면, 현대 과학은 노화(老化)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방지하는 법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노화의 주범으로 활성산소가 지목받고 있다. 실험동물에 체내의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약을 투여하거나, 활성산소 발생을 억제하는 식이요법을 실시했더니 수명이 40~50% 늘어났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 도대체 활성산소는 무엇이고 우리 몸 안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 것일까.

활성산소는 보통의 산소가 음전기를 띠거나 다른 원소들과 결합해 극도로 반응성이 높아진 상태를 말한다.

활성산소는 높은 반응성 때문에 세포가 만들어낸 효소에 마구 달라붙어 효소가 제 기능을 못하게 한다.

예를 들어 간세포가 해독 효소를 만들어도 여기에 활성산소가 붙어 해독작용을 할 수 없게 된다.

또한 활성산소는 세포 내의 DNA와 단백질을 직접 손상시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렇게 세포.DNA.효소 등이 망가지는 것이 노화 현상이다.

활성산소는 대부분 음식물을 섭취해 에너지로 바꾸는 신진대사 과정에서 생긴다. 반면 우리 몸에는 활성산소를 해가 없는 물질로 바꿔주는 효소(항산화효소)도 있어 활성산소의 무제한 증가를 막아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활성산소가 우세해져 결국 노화가 일어난다고 현대 과학은 설명한다.

그렇다면 수명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 활성산소의 발생 자체를 억제하거나, 생긴 활성산소를 없애주는 것이다.

발생을 억제하려면 신진대사를 줄여야 하므로 먹는 것을 줄이면 된다. 실제 평균 수명 24개월인 쥐에게 먹이를 60%만 줬더니 수명이 36개월로 50% 늘어났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지난해 영국 맨체스터대와 미국 버크연구소 공동연구팀은 길이 1㎜의 선충에 활성산소 억제 물질을 투여했더니 수명이 50~1백% 늘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활성산소가 인체에 이로운 역할도 한다는 것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활성산소 억제=수명 연장'이라는 이론에 반발하는 학자들도 다수 나오고 있다.

서강대 이덕환(화학부)교수는 "백혈구가 바이러스를 공격할 때 활성산소를 이용하는데, 활성산소 억제 물질이 과도하면 백혈구가 제 기능을 못할 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생명공학연구원 유성언 박사도 "최근 활성산소가 신진대사 과정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활성산소를 적절히 조절해야지, 무조건 없애기만 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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