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의 식품 이야기] 고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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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2면

김치 고추장(컵라면).신고멘(新强麵.사발면).본격 김치(감자스낵).한국풍 김 포테이토 칩(감자 스낵)….최근 일본에서 선보인 식품들로 고추(가루)를 원료로 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매운 맛에 익숙지 않은 일본인들에게 고추가 최근 인기 폭발이다. 다이어트 효과가 알려지면서 일부 여성들은 고춧가루통을 갖고 다니다가 식사 때마다 꺼내 먹을 정도다.

'고추, 매운 맛의 과학'을 쓴 고베여자대 이와이 가즈오 교수는 "고추는 입맛을 돋우는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다"며 "고추의 매운맛 성분은 다이어트.항산화(세포 노화방지).항균(抗菌).진통.스트레스 억제.면역 증강.가려움증 치료 효과 등이 기대된다"고 서술했다.

고추의 매운 맛 성분은 태좌(胎座,씨가 붙는 부위)에 주로 있는(과피에도 일부 있다) 캡사이신. 이 성분은 풋고추보다는 빨갛게 익기 직전의 고추에 많다.

최춘언 전 한국식품과학회장은 "고추를 다듬을 때 태좌를 버려서는 안된다"며 "고추의 다이어트 효과는 캡사이신이 지방을 태우기 때문이며 이는 동물실험에서 입증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캡사이신은 체내에서 잘 흡수되지 않는데다 식도.위.장을 거쳐 배설될 때까지 자극을 주므로 위장 장애.치질이 있는 사람은 피해야 한다. 지나치게 먹으면 간.신장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성신여대 식품영양과 한영숙 교수는 "우리 국민이 평소 먹는 고추의 양(하루 5g 정도)으로 위궤양이 생기는 것은 아니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영양적으로는 비타민A.C가 풍부하다. 특히 비타민C는 사과의 40배,귤의 2배에 달한다. 게다가 고추의 비타민C는 캡사이신 덕분에 쉽게 산화되지 않기 때문에 조리하는 동안에도 손실이 적다.

고추를 고를 때는 과피가 두껍고(고춧가루가 많이 나옴, 끝이 뾰족한 것보다 둥근 것이 과피가 두껍고 연하다), 씨가 적으며, 꼭지가 단단히 붙어있는 것이 좋다.

당초(唐椒).번초(蕃椒)라고도 불리는 고추는 남미가 원산지이나 한반도에는 임진왜란 때 일본에서 들어왔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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