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김관식 '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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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구 근교 과수원

가늘고 아득한 가지

사과빛 어리는 햇살 속

아침을 흔들고

기차는 몸살인 듯

시방 한창 열이 오른다.

애인이여

멀리 있는 애인이여.

이런 때는

허리에 감기는 비단도 아파라.

-김관식(1934~1970) '무제'

나보다 두 살 연상이었던 김관식씨는 한학에 능했다. 내가 고 3때 그는 서울상고 국어선생이었다. 세검정에서 염소를 키우며 살았다. 주벽이 심한 기인이자 조숙했다. 그러나 '허리에 감기는 비단도 아프다'고 말 못할 두근거림도 간직한 오만불손한 낭만주의자였다. 한 시대를 풍미한 거친 숨소리가 지금도 들린다.

김영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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