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청장 문건 답변 오락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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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야는 22일 제주도에서 한나라당에 유출된 민주당 김홍일 의원 동향 경찰 정보보고 문건의 성격을 둘러싼 공방을 벌였다.

유봉안 제주경찰청장을 상대로 한나라당 진상조사단(단장 李在五총무)은 경찰의 압수수색에 강력히 항의했다. 李총무는 "경찰 보고서를 보면 任모 경사가 한나라당에 보낸 문건은 이미 사무실에 존재했던 것으로 나온다"며 "이는 한나라당이 주문생산한 문건이 아니라는 증거가 아니냐"고 물었다. 柳청장은 "주문생산 가능성이 없다"고 시인했다.

이날 한나라당에 제출된 수사보고서에는 '한나라당 조직부장인 金모씨가 지난 8월 김홍일 의원 일행이 누군지 묻자 任경사가 정학모는 기억하는데 나머지는 사무실에 들어가 문건을 봐야 한다고 했다'는 대목이 있다.

정병국(鄭柄國)의원은 "이용호 게이트의 몸통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않으면서 말단 정보과 형사와 한나라당 당료를 구속한 것은 야당 탄압이자 몸통 폭로에 대한 보복수사가 아니냐"고 추궁했다. 柳청장은 "나도 애국자 중의 한 명"이라며 "경찰이 답변할 성질이 아닌 것을 계속 질문하면 5분 후 자리를 뜨겠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흑색선전근절 대책위원회(위원장 鄭東泳)는 "任경사가 한나라당 金부장의 청탁을 받고 생산한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박주선(朴柱宣)의원은 "문건에 야당 주장대로 '이용호 게이트의 몸통 의혹과 관련있는 정학모…'라는 제목을 단 것은 통상의 정보보고 양식과 다르다"며 이유를 물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에 의해 조작된 프락치 공작"이라고 말했다.

柳청장은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문건을 보면 일반 정보보고가 아니라 어떤 지시나 요구가 있었던 것 같은 냄새가 난다"고 했다. 송영길(宋永吉)의원이 "외부 주문이 아니면 任경사가 이런 형태의 보고서를 만들었겠느냐"고 묻자, 柳청장은 "그렇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얼버무렸다.

제주=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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