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신용금고 소액신용대출 1조원 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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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상호신용금고가 신용도가 낮은 고객에게 1백만~5백만원씩 빌려주는 소액 신용대출이 1조원을 넘어섰다.

신용금고들은 이들 저(低)신용 고객에게 연 24%에서 60%까지의 이자를 받으며 돈을 빌려주고 있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자금 굴리기가 어려워지자 은행에서 외면당하는 고객을 공략하는 것이다.

하지만 매달 이자를 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신용금고 업계의 부실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신용금고의 무보증 신용대출은 총 1조6백7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말(2천7백69억원)에 비해 네배 가까이 되며, 6월 말(4천8백6억원)에 비해선 두배가 넘는다.

올 상반기 서울의 현대스위스금고와 푸른금고 등 대형 금고를 중심으로 시작된 소액 신용대출이 최근 지방금고에까지 확산됐다.

소액 신용대출이 1백억원 이상인 금고는 3월 말 7개에서 9월 말 22개로 늘어났다. 지난 6월부터 소액 신용대출을 취급한 현대스위스금고의 대출실적은 1천억원을 넘어섰다.

신용금고들도 신용불량 기록이 남아 있는 사람에게는 대출해주지 않는다. 신용금고들은 서류를 간소화해 두세 가지만 내면 이를 확인해 몇 시간 안에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 팩스나 전화, 인터넷으로 신청해도 가능하다. 나름대로 신용도를 보는데 은행처럼 복잡하게 따지지 않고 제출 서류의 사실 여부, 직장, 신용정보회사의 불량기록을 확인하는 정도다.

그 결과 금고업계의 소액 신용대출은 은행보다 연체율이 높다. 금고업계는 관리 연체율을 20%선으로 잡고 있다. 20% 이내로 관리할 수 있으면 대출금리가 높기 때문에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금고업계에선 연체율을 비밀에 부치고 있는데, 연체율이 40%에 이른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고 관계자는 "수신 대비 여신 비율이 80%는 돼야 수지를 맞출 수 있는데 최근 그 비율이 70%대로 낮아졌다"면서 "위험부담이야 있지만 마땅히 자금 굴릴 곳을 찾기 어려운 판에 나름대로 틈새영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고업계는 국내에 진출해 활발한 영업을 하고 있는 일본계 대금업체의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차진용.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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