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것이 궁금해요] 북한에도 복권 있나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Q) 남한에는 요즈음 복권붐이 일고 있습니다.북한에도 복권이 있나요. 박광주 (44 ·서울 서초구 우면동)

(A) 남한처럼 다양하지는 않지만 북한에도 복권이 있습니다. 체육대회 때 발행하는 일종의 '체육복권'과 지역 단위로 매달 한차례 발행하는 복권이 있지요.

'체육복권'은 국가적인 체육행사나 외국 축구단을 초청해 경기할 때 발행하며 추첨은 경기가 끝난 뒤에 합니다. 가격은 한 장에 북한돈 1원(2.15원=1달러) 정도며 경기장 주변의 매점에서 판매합니다. 관람객들은 대개 10장 정도를 사지요.

추첨은 투명한 함 안에 탁구공 만한 크기에 숫자를 쓴 둥근공을 손으로 끄집어 내거나 원통형의 통을 돌려가며 공을 떨어뜨리는 방법이 있어요.

당첨자는 추첨마다 조금씩 다른데,보통 1등 1명, 2등 2~3명, 3등 7~8명을 뽑습니다. 1등은 대개 컬러TV를, 2등은 냉장고, 3등은 자전거를 받지요.

북한에서 1원으로 컬러 TV를 받는 것은 큰 횡재(橫財)입니다. 컬러 TV의 국정가격이 1천원 정도며 암시장에선 무려 1만5천원이 넘게 거래되기 때문이지요.

당첨된 제품은 차로 집까지 안전하게 배달해 줍니다. 집에 가져가기도 힘들거니와 자칫 깡패들에게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죠.

지역복권의 추첨은 학교 운동장에서 실시합니다. 탈북자들의 말에 따르면 추첨행사가 있는 날에는 참가 주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합니다.

이 복권은 주로 주민들이 많이 모이는 식당.상점.역 등지에서 팔며 보통 오전 10시에 추첨을 합니다. 상품은 '체육복권'보다 떨어지는 편이어서 1등이 북한산 냉장고를 받습니다. 복권이 당첨된 가정은 당일날 거의 '잔칫집'이 되지요.

북한은 자본주의 잔재라며 복권을 발행하지 않다가 1991년 11월 통일거리 건설에 보탬을 주자는 명분을 내걸고 '인민복권' 1천만장을 발행한 적이 있어요. 그 후 중단했다가 몇 년전부터 다시 복권을 발행하게 된 것은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간산업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발권기관인 조선중앙은행이 복권을 주관하며 이 은행은 연간 네 차례 분기별로 당첨자를 뽑는 '추첨제 저금'제를 운영하고 있죠.

이는 이자가 없는 대신 일정 예금자를 추첨해 예금청약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는 것으로, 정확한 액수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상당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10월 조선중앙은행 평양시 은정구역 2001년 3.4분기 '추첨제 저금'추첨식을 진행하는 장면을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1등 1명, 2등 2명, 3등 1백20명이 행운을 차지했지요.

고수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