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회사 시대 막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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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개발경제시대에 외국자본의 도입창구 역할을 했던 종합금융회사가 역사의 뒷전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국내 최대인 동양현대종금은 22일 이사회를 열어 동양증권과 합병하기로 결의했다. 합병비율은 종금사 한주당 증권주 0.3944주다.

이에 따라 남은 종금사는 한불종금.금호종금.우리종금 등 3개다. 우리종금은 한국.한스.중앙.영남 등 부실 종금사를 합친 회사다. 금융계는 동양종금의 합병을 계기로 종합금융업이 사실상 막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종금사는 중화학공업 육성을 위한 외자도입 창구용으로 만들어졌다. 1976년 한국.한불.아세아.새한.현대.한외 등 여섯개 종금사가 외국자본과 제휴해 설립됐다.

당시 종금사는 외자도입뿐 아니라 수익증권 판매 등 증권사 업무.신탁 등 은행의 일부 업무까지 말그대로 종합적인 금융업무를 하면서 높은 수익을 올렸다. 종금사 직원들은 은행원보다 많은 보수를 받으면서 승진도 빨라 종금사가 금융계 최고의 직장으로 꼽혔다.

종금업이 이익을 많이 내자 94년에 9개 투자금융사(단자사)가, 96년에 15개 단자사가 종금사로 전환해 외환위기 직전 종금사는 30개로 늘어났다.하지만 과잉경쟁 끝에 종금사들은 외환위기의 불씨를 제공했다. 97년 말 종금사의 무분별한 해외 차입금을 막아주는데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을 쓰면서 외환위기로 이어졌다.

결국 98년 16개 종금사가 퇴출되고, 99년 3개 종금사가 다른 계열 금융기관에 합병됨으로써 4개사만 남았다.

금융계는 종금사의 고유 업무영역이 사실상 사라짐에 따라 한불.금호.우리종금도 다른 금융기관과의 합병 등 살 길을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동양종금과 동양증권이 합쳐 다음달 30일 출범할 동양종합금융증권주식회사(가칭)의 대표이사로 동양증권 박중진 사장이 내정됐고,김재석 종금사장은 투자은행부문 경영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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