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차이나 디스토피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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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현재 지구촌 부자나라들은 넉넉하게 잡아 30개국. 인구비율로는 16% 내외에 불과하다. 그게 하버드대 제프리 삭스 교수의 산법(算法)이다. 서구와 그 파생국가들인 북미와 일본, 여기에 산유국 몇나라만이 부자나라 열차에 올라탄 형국이다. 아시아 네마리 용인 한국도 부자나라로 분류된다.

요즘 지구촌 최대 관심의 하나인 떠오르는 대륙 중국 문제란 결국 12억 인구의 부자나라 열차 편승을 뜻한다. 황색바람 분석엔 그래서 이해국가별 경계와 두려움부터 앞선다. 그 전형이 한국 사회다.

일간지 연재물들도 그랬지만, 지난 19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도 마찬가지였다. 철강.조선 등 비교우위 분야마저 곧 내줄 판이라는 뻔한 전망, 사정이 그러하니 고부가가치로 승부하자는 처방만이 되풀이됐다. 거기서 딱 멈추는 게 우리의 한계다.

2020년 무렵 중국 국민총생산(GNP)이 미국을 넘어선다는 국제기구들의 예측도 없지 않으니 중국 위협론 앞에 전전긍긍하고 만다.

한국 사회가 언제 장기적 국가비전을 제대로 챙겨본 일이 없으니 그렇다치고, 차제에 부자나라 연구기관들이 내놓는 진짜 큰 그림을 힐끗 들여다볼 일이다. 요즘 출판물들에 내비치는 뚜렷한 큰 그림은 '한세대 뒤 디스토피아 시나리오'다. 중국 쇼크라는 에너지.환경 과부하에 지구가 무너져내리는 최악의 상황 말이다. 보자.

중국이 20년 뒤 한국의 1인당 에너지 소비(99년 3.87toe) 수준에 이른다는 것은 지금 중동 석유수출 전량의 독식을 말한다. 자동차 수요의 폭발? 그건 무지막지하다. 현재 한국의 인구 4인당 1대 수준을 가정하면, 중국 땅에 3억대 이상의 자동차가 굴러간다.

현재 에너지 과소비대국 미국(차량 2억4천만대)이 뒤로 밀리는 게 문제가 아니다. 중국발 이산화탄소는 지구를 덮게 된다. 지금 당장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14%가 중국산인데, 이것이 수십배로 뛴다고 가정해보라.

너무도 자명하고, 빼도 박을 수도 없는 상황이 이 시나리오의 특징이다. 중국더러 성장을 멈추라고 할 수도 없고, 기술적 이노베이션에 기대는 것은 더없이 무책임하다. 하긴 좌파 사회학자 월러스틴이 근대세계의 종언을 예견한 타이밍도 2025년이었음을 귀띔해드리려 한다.

현재 중국은 1인당 8백달러 소득단계를 소강(小康)이라 부른다. 또 20~30년 뒤를 대동(大同)단계라 한다. 유교적 이상사회의 유토피아가 인류의 재앙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니 세상에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조우석 문화부 출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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