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4E기 추락 "명중률 높이려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지난 5일 강원도 영월군 공대지훈련장에서 발생한 공군 F-4E 전투기 추락사고는 저고도 전술폭격 훈련 중 조종사가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 최저 안전고도 이하로 강하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군은 22일 "이번 사고는 조종사가 최저 안전고도인 8백m보다 훨씬 아래인 3백m에서 5백파운드 연습폭탄 두 발을 투하한 뒤 상승하다 계곡내 남동쪽 높이 4백30m 능선에 충돌해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은 조종사가 폭탄을 투하할 당시 촬영된 '건 필름(gun film)'을 판독한 결과 확인됐다고 공군측은 설명했다.

공군 관계자는 "조종사들은 공격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폭격 때 고도를 낮추곤 하는데 이번에는 너무 고도를 강하하는 바람에 사고가 일어났다"며 "사고기 잔해에서 회수한 녹음 테이프.조종계통 케이블 등을 분석한 결과 전투기 상태는 정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추락한 전투기는 생산된 지 30년이 넘은 기종이어서 KF-16 등의 전투기처럼 최저 안전고도 이하로 강하하면 자동으로 위험상황을 알려주는 '경고시스템'이 없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공군은 경고시스템이 없는 F-4E와 F-4D를 각각 90여대와 50여대 운용 중이다.

올들어 전투기 추락사고는 지난 4월(F-4D.착시 현상)과 6월(F-16D.엔진 이상)에 이어 세번째다.

한편 공군은 이번 사고가 공격표적 명중에 집착하는 바람에 빚어진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사고방지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조종사 교육훈련 체계 등에 대한 종합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키로 했다.

이철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