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박중식 '여일' 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비에 매우 젖어 있다

활기차다

헛되어 태어나지 않았다

새소리

어젯밤

꿈 속에서

연기로 쓰여진

제목없는 시

한 편

서릿발.

-박중식(1955~ ) '여일(如日)'중

박중식씨 시 '목경(木經)'은 걸레가 되도록 옹이(책)를 읽는다. 입을 벌려 그릇을 씹어 삼킨다. 절에서 마신 차맛이 '넓다'고 그는 말한다. 환속한 스님이 그만은 아닐 것이다.

그는 절 뒷산에서 울던 새소리를 듣는다. 사바세계는 흙탕물이었다. 연기로 쓴 시는 이내 없어진다. 활자가 되지 못한다. 왜 그런지 짐작이 간다.

김영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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