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번째 앨범 낸 이현우 "다양한 장르 시도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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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원하는 건 다 담았습니다. 아무 후회없는 작업이었고 유독 즐거웠습니다. 결과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고, 각 장르에 맞는 다양한 창법도 실험해 봤어요."

가을을 닮은 남자 이현우(사진)가 일곱번째 정규 앨범 '프리 유어 마인드 앤드 바디'를 발표했다. 리믹스 앨범 등을 포함하면 열번째 앨범이다. 1992년 데뷔 앨범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 해'를 발표하며 대중음악계에 발을 디딘 그에게 올해는 음악인생 10년째인 해다.

"지난 10년을 결산하고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만든 음반입니다. 한국 대중음악 현실에서 10년 동안 나름대로 제 색깔을 버리지 않고 음악적 고집을 유지하며 가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 건 행운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팬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서른다섯살. 아직 미혼으로 일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혼자 산다. 그의 말대로 한국에서 30대 가수가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음악적 색깔을 유지하며 대중에게 잊혀지지 않고 꾸준한 인기를 누릴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에게 짐짓 "인기를 계속 유지하는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글쎄요, 제가 별로 튀는 일이 없잖아요. 음악도 그렇고, 생활도 그렇고…. 이를테면 오래된 소파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팬들이 제게 그런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계속 사랑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는 인기 차트 정상에 오른 노래도 많지 않다. 데뷔 앨범에 들어있던 댄스풍의 노래 '꿈'과 97년 발표한 4집 수록곡 '헤어진 다음날'정도가 차트 정상을 차지했을 뿐이다. 10년의 음악 생활 동안 '1등 노래'가 두곡 밖에 없는데도 인기는 늘 정상권이었다는 사실은 흥미롭기까지 하다.

그의 인기는 여러 면에서 증명된다. 새 앨범의 대표곡 '디 엔드'의 뮤직비디오도 한 사례다. 대중음악을 이용한 복합마케팅의 한 예로 기록될 이 뮤직비디오는 현대자동차가 수억원에 이르는 제작비를 들여 만든 대형 작품이다. 류시원.박진희 등 스타들이 출연한 이 뮤직비디오에는 현대자동차의 새 모델이 자주 등장한다. 현대측에서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재즈 뮤지션 김광민씨와 함께 97년부터 맡고 있는 MBC의 대표적인 라이브 음악프로그램 '수요예술무대'도 그의 인기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어눌하지만 정확한 음악 지식과 현장감을 바탕으로 한 그의 진행으로 이 프로그램은 장수하고 있으며, 역으로 그 역시 인기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그는 또 꾸준히 대형 CF에 출연하고 있는데, 그의 인기가 바탕이 되는 광고 효과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중학교 2학년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뉴욕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인 회사에 취업했는데 '어,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6개월만에 때려치우고 한국으로 돌아왔죠."

중학교때부터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어 활동했던 그는 대학 시절에도 Y라는 이름의 밴드 활동을 계속했고, 그 밴드가 만든 데모 테이프가 한국의 음반기획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데뷔하게 됐다.

늘 그렇듯 새 앨범도 그가 대부분의 노래를 작사.작곡하고 프로듀싱했다. 이우창.이창현.김홍순 등 실력파 연주자들이 반주를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대표곡 '디 엔드'는 20.30대 팬들에게 금방 다가갈 수 있는 서정적인 멜로디를 강조한 노래다. 길게 끌지 않고 드문드문 숨쉬듯 노래하는 이현우의 창법이 잘 어울리는 가을색 짙은 곡이다. 영화음악 전문 작곡가 조성우씨가 만든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주제곡도 들어있다.

발라드.재즈.록 등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담았는데, 단순한 백화점식 앨범이 아니라 각 장르마다 수준 이상의 솜씨를 보여주는 그의 역량이 드러나는 음반이다.

특히 마지막 트랙에 있는 '까시나무'는 화제가 될 듯 하다. 조성모가 이미 리메이크해 히트했던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를 거친 록풍으로 다시 만들었는데, 그의 거친 창법과 음색이 조화를 이루며 단박에 귀에 들어온다. 이현우는 "지난 10년과 마찬가지로 새 10년, 그 다음 10년에도 변함없이 음악을 할 수 있도록, 제 색깔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새 앨범 출반을 기념해 27일 저녁 7시 코엑스 5층 옥외 특설무대에서 '노 워 노 테러'를 주제로 단독 공연을 한다. 1588-7890

글=최재희.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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