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다 일본 다큐감독 옥관문화훈장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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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일본이 비참하리만큼 큰 피해를 준 한국에서 훈장을 받아 감개무량합니다. 일본인들에게 한국을 이해시키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일본 다큐멘터리 감독 마에다 겐지(66.前田憲二.사진(왼쪽))씨가 최근 우리 정부가 주는 옥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그는 일제의 강제 징용과 정신대의 참상을 당사자의 증언으로 채록한 '백만인의 신세타령'(2000년)을 비롯해 한반도 고대문화가 일본에 미친 영향을 다룬 '철과 가야의 대왕들''신들의 이력서' 등 작품을 냈다.

19일 훈장을 받기 위해 온 마에다 감독은 88년부터 자신을 지원해 온 한승헌(韓勝憲.사진(오른쪽))변호사와 만나 양국 문화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마에다 감독이 한반도의 고대문화에 눈을 뜨게 된 건 약 30년 전.

그때까지 일본의 민속과 관련한 단편 다큐멘터리를 2백50편 찍었던 그는 일본 문화의 뿌리가 한반도에 있다는 사실에 눈을 떴다.

고구려.백제.신라.가야가 일본 문화의 원류라는 걸 알게 된 것. 이후 한국의 민중 문화를 다루는 다큐멘터리의 제작에 정성을 쏟아 지금까지 열편 정도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우익의 방해나 협박이 많았다. 작품이 상영되는 극장이나 공회당 같은 곳에는 어김없이 우익분자들이 찾아와 훼방을 놓았다. 그들의 전화 협박에 시달려 수시로 전화번호를 바꿔야 했다.

마에다 감독은 "그러나 일본인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일을 그만둘 수 없다"며 "일본 문화가 한국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것과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이 얼마나 한반도를 괴롭혔는지 일본인들은 알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글=이영기,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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