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상하이회담 결산] 반테러 · 자유무역 한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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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1일 중국 상하이(上海)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미국의 테러사태가 큰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APEC이 경제협의기구지만 처음으로 정치선언인 '반테러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주제인 자유무역화도 테러사태에 대한 반발로 탄력이 붙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1일 주제발표에서 "테러사태로 인한 경기 하강으로 보호주의가 고개를 들 우려가 있다"면서 "우리는 이를 경계하고 무역과 투자 자유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상하이 선언'에 연내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 출범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포함시켰다.

회원국은 21개국이지만 전세계 교역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APEC 정상들의 결의는 올 11월 WTO 각료회의의 뉴라운드 논의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金대통령을 수행 중인 정부 고위 당국자가 전망했다.

특히 역내 무역자유화를 규정한 '보고르 선언'(1994년)의 이행을 수치적 목표를 포함해 구체화한 것도 성과다. 무역 거래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 등 구체적인 수치적 목표의 실천방안을 2002년까지 마련해 2006년까지 이행하기로 했다.

또 구체적으로 金대통령은 세계적 경기부진으로 교역이 위축되는 데 대해 "먼저 경기부양과 내수확대를 통해 자국 경제를 일으키자"는 처방을 제시해 미국.일본 등 회원국들의 호응을 받았다.

북한의 APEC 참여문제는 지난해 金대통령의 호소에 따라 이미 회원국 정상들의 승인을 받기는 했지만 이번에 다시 거론됐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구체적 원조나 자금제공을 하지 않으면서 무역자유화 등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선언을 채택하는 국제회의에 참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일본.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합의=예상된 일이긴 하지만 20일 두 정상이 합의함으로써 양국은 연말에 서명할 협정문안을 다듬는 일만 남겨 놓게 됐다. 일본은 이번 일을 계기로 멕시코와의 협정 체결도 검토 중이다.

일본이 첫 FTA 상대국으로 싱가포르를 선택한 것은 FTA 체결시 자국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도 그동안 농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FTA 체결에 소극적이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몽골과 함께 WTO 1백42개 회원국 중 FTA를 하나도 체결하지 못한 두 나라로 남게 됐다. 우리는 그동안 칠레와 FTA 체결을 추진해 왔으나 농민 반발과 부처간 혼선으로 현재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상하이=김진국 기자,서울=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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