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계동사옥 주인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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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현대 그룹의 상징인 서울 계동 사옥 소유권이 결국 현대자동차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게 되면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입지가 더 커지고, 현대건설로선 다하지 못한 자구계획을 이행하게 된다.

주변에선 지난해 3월 말 정몽구.몽헌 형제 회장간의 다툼 이후 벌어진 현대차와 현대건설의 관계 복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계열 분리 이전인 지난해 현대차는 한때 계동 사옥 인수를 시도했었다. 현재 계동 사옥은 옛 현대 계열사인 현대자동차.현대건설과 연말까지 계열 분리를 추진 중인 현대중공업 등 관계사들이 나눠 갖고 있다.

현대건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고위 관계자는 21일 "현대건설이 자구계획의 하나로 현대차 등 현대 관계사들과 계동 사옥 보유 지분에 대한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매각 가격 등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의 경우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자동차 부품업체)가 자체 사옥이 없고, 현대캐피탈이 카드사업에 진출하게 돼 사무실이 더 필요하다"며 "현대차도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본사가 울산인 현대중공업은 계동 사옥 인수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현대차가 현대건설뿐 아니라 현대종합상사 등 나머지 관계사의 지분도 인수하며 협상은 곧 타결될 것"이라며 "현대차가 계동 사옥의 단독 주인이 된 뒤 입주하고 있는 일부 현대 관계사에 다시 임대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양재동에 사옥이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관계사의 계동 사옥 지분을 사들일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계동 사옥은 14층짜리 본관과 8개층의 별관이 있으며, 이 중 현대건설이 본관 8개층과 별관 5개층의 주인으로 전체의 60% 지분을 갖고 있다. 본관 7~9층, 14층과 별관 3층을 갖고 있던 현대차는 최근 본관 10층을 현대정유로부터 매입해 총 6개층을 확보한 상태다.

이밖에 현대중공업이 본관 11층과 별관 6층을, 현대종합상사가 본관 2~3층을 소유하고 있다.

서경호.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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