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이식환자 모임 '두사랑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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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삼성서울병원 간 이식 환자 모임 '두 사랑회'회원들은 두개의 생일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이 세상에 태어난 날,다른 하나는 간 이식 수술을 받은 날이다.

이들은 모임이 있는 날이면 자신의 이름과 두번째 생일이 적힌 명찰을 단다.

모임 총무 홍훈기(38)씨의 두번째 생일은 1998년 10월 2일. '두 사랑회'의 계산법에 의하면 '3학년'이다.

회원 중 가장 학년이 높은 사람은 정숙자(51)씨. 96년 5월 15일에 수술을 받았으니 벌써 6학년인 셈이다.

"'두 사랑회'라는 이름은 두 사람이 한 뜻이 돼 한 사람의 생명을 구했다는 의미로 지었습니다. 뇌사자건 살아 있는 사람이건 장기(臟器)기증자가 있어야 이식수술이 가능하니까요."

홍씨는 10여년간 앓던 간염이 간 경변으로 진행돼 수술을 받은 케이스. 장기는 뇌사자로부터 기증받았다.

"군대 첫 휴가를 나왔다 뺑소니 사고를 당한 외아들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부모가 6명에게 아들의 장기를 기증했다던데…. 힘들 때마다 '아들의 몸을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내준 부모 마음이 어땠을까'생각하며 두번째 인생을 산다는 마음을 다지곤 합니다."

국내에서 간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는 1천여명. 현재 '두 사랑회'에 등록된 회원은 1백20여명이다.

이 가운데 홍씨처럼 뇌사자로부터 간을 이식받은 사람은 50%정도. 최근에는 뇌사자의 기증 장기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94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생체 간 이식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홍씨는 수술 1년 뒤부터 다시 직장 생활에 복귀했다. 회원 중에는 이식 수술 후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도 있다.

올해 두살난 가연이는 담도 폐쇄증으로 지난해 12월 어머니 전효순(30)씨의 간을 일부 떼어내 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합병증으로 인해 또 다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가연이의 부모는 한 달에 수백만원 하는 입원비용과 약값이 벅차 하루 하루가 고통스럽다.

가연이 부모에게 '두 사랑회'모임은 마음의 짐을 더는 소중한 자리다. 가연이 부모는 "결혼을 앞둔 딸이 아버지에게 간을 준 사연, 부모.자식에게도 주기 힘든 간을 친구가 선뜻 기증한 사연 등을 듣다 보면 마음이 숙연해지고 인생살이를 되돌아 보게 된다"고 말한다.

삼성서울병원 일반외과 조재원 교수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생체 간 이식은 합병증이 발생하기 쉬운 까다로운 수술이지만 수술 성공률이 90%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 모임 문의=삼성서울병원 사회사업실 02-3410-3251.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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