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비전] 선수들 일탈의 유혹의 함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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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요즘 축구계는 한 스타 선수의 음주사건으로 시끄럽다.

수원 삼성의 고종수가 지난 17일 새벽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고 옆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과 시비가 붙어 경찰서에 연행됐다.

수원 김호 감독은 "계속되는 부상과 대표팀 탈락에서 온 정신적 갈등이 원인일 것"이라며 "그가 스스로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팀에 복귀하기를 기다리겠다"며 안타까워 했다.

2년 전 일이다.필자는 축구 관계자들과 강남의 한 호텔에서 조찬 모임을 가졌다. 오전 6시를 약간 넘긴 이른 시간이었다.로비에서 낯익은 축구선수 한명이 술 냄새를 풍기며 어슬렁거리고 있었다.이 선수는 당시 한국축구를 부흥시킬 기대주로 각광을 받고 있었다.말을 걸자 어색한 표정으로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이 선수와 동행했던 젊은이도 잽싸게 고개를 돌리고 호텔 밖으로 빠져나갔다.곧이어 화장을 짙게 한 젊은 여성 2명이 호텔 문을 나서고 있었다.

축구를 포함한 모든 스포츠는 성공의 지표가 되는 승패의 구분이 명확하다. 승패의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선수는 물론 감독.코치.트레이너 등의 역할은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이라는 유일한 가치에 의해 평가된다.이것이 바로 스포츠 일탈(逸脫)의 유혹과 함정에 빠지는 요인이 된다.

스포츠 일탈이란 스포츠 체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규범 위반 행동을 의미한다.스포츠 일탈의 개념은 본질적으로 사회 일탈과 동일하다.대부분은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긴장과 혼란을 초래하지만 발전적인 사회 변동을 촉발시키는 긍정적인 기능도 있다.스포츠 일탈은 규범의 존재를 재확인시켜 주기 때문에 동조를 강화시켜 주고 부분적인 일탈은 사회적 안전판(safety valve)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또한 현재의 일탈 행동은 다음 세대의 선수들에게는 좋은 규범이 될 수 있다.

문제가 된 고종수 외에도 그동안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이미 남들이 '일탈'이라고 낙인을 찍은 선수들이 꽤 많다.

아무리 스타라고 해도 일탈 행동이 발견되고 세상에 알려지면 상황은 급격히 변화하여 일탈자로 낙인이 찍힌다.다른 사람들의 낙인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받아들이게 되면 새로운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데 이 경우를 '2차적 일탈'이라고 한다.한국의 젊은 선수들 중 이미 2차적 일탈 단계에 있는 선수들이 많아 매우 걱정스럽다.

앞으로는 알콜뿐 아니라 약물 복용(흥분제.애너볼릭 스테로이드.마약성 진통제.심장 이완제 등) 등의 추가적 일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승리가 최고의 가치로 인식되고,그 과정의 정당함과 순수함은 별다른 가치를 지니지 못하는 지금의 프로 스포츠계 분위기는 분명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또 분명한 것은 비록 일탈을 꿈꾸더라도 자신의 분수를 지키고 착실하게 운동하고 있는 선수들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신문선 <중앙일보 축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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