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전문회사, 성공확률 타진 철저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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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용호 게이트'로 많이 알려진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가 부동산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회사는 구조조정용 부동산을 사들여 주상복합아파트.오피스텔.상가 등으로 개발해 연 10~30%의 수익을 낸다는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

그러나 계획대로 사업추진이 안되면 투자금을 건지지 못할 수 있으므로 사전에 회사의 재무상태와 상품내용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 사업 방식은=산업자원부에 등록된 CRC 89곳 가운데 부동산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곳은 10여개사다. 아직까지는 대부분 부동산투자신탁상품이나 자산유동화증권(ABS)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지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투자자금을 모으는 경우가 잇따를 전망이다.

하나은행 퇴직자들이 만든 테라윈은 지난 6월 서울 중랑구 상봉동에서 분양한 주상복합아파트 '한일써너스빌'의 투입비 2백50억원을 하나은행의 '부동산투자신탁 3호'상품으로 조달했다.

지난 3월 설립한 아워스인베스트먼트는 첫 사업으로 일산 신도시 한양1차 쇼핑센터를 ABS를 발매해 사들일 계획이다. 이 상가는 대한주택공사가 한양에 투입했던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내놓은 것으로 인수금액은 2백70억원이다.

이 회사 김기택 사장은 "조만간 3백억원 규모의 ABS를 발행할 예정"이라며 "이미 한 투자운용회사와 ABS 인수협약을 맺은 상태로 주공과 계약만 남았다"고 말했다.

성우전자가 구조조정을 위해 내놓은 서울 서초동 성우아카데미빌딩을 인수한 한국코브코자산관리회사는 콘도형 오피스텔로 리모델링해 분양하고 있다.

개발.분양을 맡은 한국코브코㈜ 정윤희 실장은 "보통 개발사업의 수익률이 연 10~20%지만 이 물건은 분양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30%가 넘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 위험도 감안해야=CRC에 투자할 때는 배당 수익률만 믿지 말고 숨겨진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계획대로 분양에 성공하면 몰라도 계획대로 안되면 투자 원금을 다 건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개발사업의 경우 고수익을 약속하지만 성공 확률이 낮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신영의 정춘보 사장은 "부동산 개발사업은 10개가 성공했더라도 한 개만 실패하면 회사의 존립이 위태롭게 된다"며 "개발사업의 비중이 큰 CRC에는 신중히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주무 부서인 산자부가 은근히 걱정하는 것만 봐도 CRC에 대한 투자가 만만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용호 사건 이후 CRC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는 터에 중소 규모 회사들이 '사고'라도 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산자부 김성렬 사무관은 "구조조정용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위법은 아니지만 CRC가 핵심 업무는 뒷전으로 하고 개발과 분양만 하는 것에 대해 제동을 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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