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광적 응원에 넋나간 현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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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관중이 많이 안오면 어때. 이기면 되지."

정규시즌 중 프로야구 현대의 한 관계자는 수원구장에 관중이 너무 적다고 지적하자 해명했다. 그러나 인기에 초연하겠다는 야구단의 운영 방식이 지난 15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부메랑처럼 돌아와 비수를 꽂을 줄을 그는 짐작이나 했을까. 현대의 홈구장인 수원구장의 올시즌 평균 관중은 게임당 2천2백11명으로 집계됐다. 페넌트레이스에서 당당히 2위를 차지하고도 관중 수는 8개 구단 중 최하위였고 게임당 전체 평균 관중 5천6백여명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당연히 현대 선수들이 수만명이 꽉 들어찬 경기장 함성에 익숙할 리 만무했다.

3차전 선발 투수인 고졸 2년차 마일영(20)은 4회까지 완벽하게 던졌다.

5회 들어 첫 타자 홍성흔에게 홈런을 맞은 게 화근이었지만 문제는 두산팬들의 광적인 응원이었다.1루측은 물론 외야까지 빽빽이 들어선 두산팬들은 마치 부흥회에 참여한 신도들마냥 '혼'을 실은 응원으로 현대 선수들의 '얼'을 빼놓았다.

야유보내기.파도타기.불꽃놀이 등 한순간도 쉬지 않고 정해진 프로그램처럼 일사불란한 응원에 마일영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6개의 볼을 연속으로 던진 후 강판됐다.

이어 등판한 프로 4년차 전준호(26)도 마찬가지였다.

연속된 와일드 피칭에 야수들도 덩달아 흔들렸고 이를 틈타 볼넷으로 출루한 정수근은 2루까지 뛰어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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