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지적박물관 이진호 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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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적(地籍)박물관을 아십니까?”

토지의 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지적 분야에서 실무와 연구로 40년 가까이 보내고 은퇴 후 국내 유일의 ‘지적박물관’을 설립한 이가 있다.이진호(李鎭昊·69)관장.그는 충북 제천시 금성면 양화리에서 폐교를 임대받아 지적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16일로 개관 2년째를 맞는 이 박물관은 옛 양화초교 교실 6칸(연면적 약 1천㎡)을 개수해 꾸민 4개의 전시관에 지적분야의 온갖 자료들을 소장,지적·측량 분야의 대학생 등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박물관에는 李씨가 강의준비 등을 위해 모은 지적분야 1천점,향토지(誌)1천5백여권 등 모두 1만여점의 자료중 3천점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지적분야에서는 조선시대 측량법을 기술한 국내최초의 측량교본인 ‘상명산기’필사본(1878년 발간),구한말 탁지부대신인 어윤중의 교지,면적측정 때 사용하던 구적기(求積器) 등 국내 유일의 자료들도 50여점에 이른다.

경기도 의왕 출신의 李씨는 서울대 농대를 나와 1959년 임업직 공무원으로 출발,63년 지적직으로 전직한 후 측지기사와 지적기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38년간 실무와 강의에 종사해왔다.8년전 수필가로 등단하기도 한 그는 수필집,학술서적 등 17권의 책을 내기도 했다.

그는 은퇴후 그동안 모아뒀던 각종 측량도구와 자료,서적 등을 전시할 곳을 물색하던 중 널찍한 양화초교를 택했다.서울에서 아예 이곳으로 이사와 부인과 함께 산다.

그러나 그는 요즘 폐관을 고려 중이다.관람층의 한계로 연간 3천만원이 들어가는 박물관 운영비 조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李씨는 “힘들지만 어떻게든 지속적으로 운영해 지적행정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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