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평] 초당적 경제·교육장관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현재 우리 국민의 주요 관심사는 수출 감소, 실업자 증가, 주가 하락, 물가상승 등 날로 악화하고 있는 경제상황과 교실 붕괴, 과다한 사교육비 등으로 대표되는 교육문제다. 경제와 교육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짓는 분야여서 국가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다.

현재 우리 경제상황은 특정 상황하에서 잘못된 정책집행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닌 만성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

***정책의 안정.일관성 유지

따라서 특정시기의 특정정책에 의한 단기적인 반전은 있을 수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 도리어 이렇게 어려운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명성에 기초해 금융.기업.노사.공공분야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

즉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한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만이 악화하고 있는 경제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조정 과정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단기적으로 이를 통해 '얻는자'보다는 '잃는자'가 더 많아 이들의 반발과 조직적 저항이 심해지고 정책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

실제로 현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도 대통령의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의 차이와 정책의 우선순위 또는 특정 장관의 선호에 따라 대부분 엎치락뒤치락 표류해왔다. 그러나 강도 높은 구조개혁은 특정 정권 또는 경제장관의 재임기간에 이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5년 이상의 중장기적인 계획과 여야의 합의에 의한 강력한 정치적 협조가 필요하다.

한편 우리 교육분야도 많은 문제점과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공부하기가 어려워지고 부모들은 부모들대로 자식들의 과다한 교육비용을 감당하느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렇게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이 제각각 더 나은 교육을 위해 노력하지만 그 결과는 소위 '이해찬의 아이들'로 통칭되듯 획일적이고 경직된 교육현실이 나아질 줄 모른다.

따라서 교육문제와 관련된 학생.학부모.교사.교육관료 등 어느 사회집단도 현재의 교육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이것은 교육정책이 교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부 정치세력에 의해 주도되어 늘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데에 중점을 둠으로써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의 본질이 훼손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러한 교육문제의 악순환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범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특정 정파나 정권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교육정책을 실현할 수 있도록 초당적.초정권적 독립 교육기구를 설치해 교육의 독립성과 중립성, 안정성, 그리고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은 이렇게 문제점 많은 우리 경제와 교육에 있어서 해결의 실마리를 정책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방향에서 찾아야 한다.

즉 대통령은 정책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경제 및 교육팀을 구성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앞으로 개각이 있게 되면 중요한 자리는 경제와 교육을 각각 담당하는 부총리급의 재경부 장관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일 것이다.

***새 정부서 임기 보장해야

이들의 임명에 있어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야당의 이회창(李會昌)총재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초당파적인 전문가를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이렇게 임명된 부총리급의 두 장관은 자신의 전문성을 기초로 오직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약간은 꿈같은 얘기지만 내년 대선의 성패와 관계없이 이번에 임명되는 이들의 임기를 새로운 정부에서도 최소한 1년 정도 보장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레이건 대통령 임기 말에 임명된 브래디 재무장관 등 몇몇 경제 관련 장관들이 부시 부통령의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자리를 계속 유지함으로써 안정된 정권인수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아울러 이러한 여야 합의에 의한 초당파적인 경제 및 교육 관련 장관의 임명은 정책 일관성의 유지를 통해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의 문제점, 특히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과 정권 인수 과정상의 혼란을 극복하고 나아가 우리 대통령제의 제도적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咸成得 (고려대 교수 대통령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