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습 첫날 오마르 잡을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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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독안에 든 쥐를 놓쳤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공습을 시작한 지난 7일 탈레반 정권의 최고 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의 은신처를 찾아냈으나 내부 지휘체계의 혼란으로 공격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주간 뉴요커지는 15일자 최신호에 미 중앙정보국(CIA)이 공습 당일 저녁 무인정찰기를 통해 카불을 탈출하는 오마르와 그의 수행원 1백여명의 차량행렬을 추적, 이들이 수도 카불 교외의 한 건물에 은신한 사실을 확인했으나 공격명령권이 없어 이를 놓쳤다고 전했다.

뉴요커에 따르면 당시 CIA는 미사일 발사를 직접 명령할 권한이 없어 이 건물에 대한 공격승인을 플로리다주 소재 중앙사령부(CENTCOM)에 요청했다. 그러나 사령관인 토미 프랭크스 장군은 군 법무감이 법적인 이유를 들어 "공습을 원치 않는다"며 공격승인을 거절했다.

그대신 정찰기는 누가 빌딩 밖으로 나오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빌딩 앞에 있던 차량들에 미사일 한발을 발사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후 일부 차량이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됐으나 빌딩 밖으로 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지상에 있던 한 정보요원이 차량에 대한 미사일 공격시 오마르가 건물 안에 있었으며 차량에 대한 공격이 있은 후 빌딩을 공습하기 전에 오마르가 달아났다는 사실을 확인, 이를 다시 CIA측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결국 오마르를 놓치고 난 후 오마르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며 이 사실을 보고받은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유리잔을 부수고 문을 발로 걷어차며 격노했다고 뉴요커는 보도했다.

이 주간지는 "이같은 지휘체계의 혼란은 (파키스탄에 대한) 정치적인 배려의 결과"라고 풀이했다.이에 앞서 뉴욕 타임스는 14일 "미군이 북부동맹의 카불진격에 반발하는 파키스탄에 대한 정치적인 배려 때문에 탈레반군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파키스탄은 미국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고 북부동맹의 집권을 도와줄 경우 자국내 공군기지 사용과 작전에 대한 협조를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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