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못지나간다" 10여곳 그림자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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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방한한 15일 전국 곳곳에서 그의 역사관 시정 등을 촉구하는 항의집회와 시위가 벌어졌다.

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태평양전쟁 희생자 유족회 등 1백여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와 서대문 독립공원 등 고이즈미 총리 방문지 10여곳에서 잇따른 시위를 벌였다.

특히 이날 고이즈미 총리의 과거사 문제 발언에 대해 "앞에선 사과하고 뒤에선 신사참배하는 이중적 태도를 더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 일장기 등 화형식=이날 오전 서대문 독립공원 주변에서는 재향군인회.민족화합자주통일협의회 등 10여개 단체회원 4백여명이 모여 각각 집회를 열고 "일본 총리는 한국 민족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우리 정부도 굴욕적 외교를 중단하라"며 고이즈미 총리의 허수아비를 불태우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한총련 학생 10여명은 독립문 부근 고가도로를 기습 점거,"고이즈미 방한 반대"를 외치다 곧바로 경찰에 연행됐다. 이에 앞서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앞에서도 재향군인회 회원 50여명이 참배온 총리 일행을 향해 "일본은 역사 교과서 왜곡과 꽁치조업 금지 조치를 즉각 시정하라"고 요구하고 일장기를 불태웠다.

◇ 거리행진.충돌=일본교과서 바로잡기 운동본부.한국노총 등 1백1개 시민단체 회원 1백여명도 정오 서울 종묘공원에서 '일본 군국주의 부활 반대 범국민대회'를 열었다.이중 일부는 고이즈미 총리의 영정이 걸린 상여를 메고 인사동까지 행진을 시도했다.

시위에 참여한 민족문제연구소 조문기(曺文紀)이사장은 "고이즈미 총리가 사과를 했지만 구체적 실천방안이 없는 사과는 우리 민족에 대한 또다른 기만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시내에 모두 21개 중대 3천여명을 배치,집회 진행을 놓고 곳곳에서 시위 참가자들과 충돌했다.고이즈미 총리 일정에 따른 교통 통제와 잇따른 시위로 서울 도심에서는 심한 교통체증이 계속됐다.

조민근.홍주연.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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