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태극기 꼬이면 게양 않는 것보다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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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0월은 국경일이 많아 거리마다 태극기가 물결친다. 그런데 바람이 불어 깃대에 국기가 엉키고 꼬여 볼썽사나운 모습을 자주 본다. 때로는 버스 지붕에 스쳐 닳아 너덜거리는 것도 있고 때에 절어 걸레보다 더러운 것들도 있다.

며칠 전 성남 시내를 나들이한 적이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바람에 엉키거나 꼬이지 않고 태극기가 나부끼고 있었다. 5백m쯤 되는 가로에 활짝 펴진 태극기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은 보기에 너무 좋았다. 가까이 다가가 보았더니 태극기 윗면 가로 부분에 스테인리스로 지지대를 만들어 국기가 접히지 않도록 했다.

우리는 태극기를 게양한다는 것 자체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게양한 뒤의 모습은 고려하지 않는다. 보기 흉하게 꼬이고 엉킨 모습이라면 게양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내년에는 월드컵이 개최된다. 태극기를 외국인들의 눈앞에서 함부로 취급해서야 되겠는가. 공기와 물의 고마움을 잊고 살듯이 나라의 고마움을 잊고 사는 것 아닐까. 국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진정 나라를 위하는 길이 아닌가 한다.

함광화.경기도 성남시 구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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