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중앙공원 도토리 '수난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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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제발 도토리 좀 그만 따가세요."

경기도 분당신도시 중앙공원 내 수천그루의 도토리 나무들이 '털이범' 등쌀에 몸살을 앓고 있다. 도토리 철인 10월이 되면서 묵을 만들기 위해 도토리를 따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기 때문이다.

땅에 떨어진 것을 줍는 것도 모자라 나무를 발로 차 흔들거나 심지어 돌로 나무를 찍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신갈.떡갈.졸참나무 등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과 수목의 상당수가 이런 사람들 때문에 껍질이 벗겨지는 등 흉한 상처를 입었다.

공원 관리사업소측은 주의를 주다 못해 최근에는 아예 공원 밖으로 도토리를 가져가지 못하게 했지만 쇠귀에 경읽기다.

부러진 나무 토막으로 도토리나무를 마구 때려 도토리를 따던 李모(58.분당구 서현동)씨는 "공원은 주민 모두의 재산 아니냐"며 되레 큰소리를 쳤다.

이렇게 사람들이 도토리를 다 따가다보니 먹이가 없어진 야생동물들은 배를 곯기 일쑤다. 공원에 살고 있는 수백마리의 다람쥐와 청설모가 종종 숲에서 나와 차가 지나다니는 큰 길까지 도토리를 찾아다니곤 한다.

중앙공원 관리사업소 김선우(38)씨는 "12만평이 넘는 공원 전체를 감시할 수도 없는데다 도토리를 따가는 사람 중엔 나이 지긋한 분도 있어 막기가 힘들다"며 "공원 환경을 훼손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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