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갈까 … 말까 … "로또 찍는 것 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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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수능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이 원서 접수를 앞두거나 진행 중인 수시 2학기 응시를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올해부터 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가채점을 하지 않아 시험을 잘 봤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데다 표준점수제가 도입되면서 수시와 정시 중 어느 쪽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사설 입시기관 등의 자료를 참고하는 등 '로또'를 하는 기분으로 수시와 정시 중 하나를 택하는 형국이다. 일선 교사들도 진학 지도에 참고할 자료가 없어 학생들에게 확실한 방향을 알려주지 못하고 있다.

◆수시 봐야 하나=수능이 끝난 뒤 수시 2학기 모집을 시작하는 대학은 43개다. 그러나 학생들은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온라인 입시 사이트 등에는 수시와 정시모집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수험생의 고민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지방 국립대 건축과 수시에 합격한 상태에서 면접을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 점수는 ○○○입니다.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에 지원하는 것이 나을까요. 만약 정시를 선택하면 어떤 대학을 갈 수 있을까요. 많은 정보를 부탁드립니다."(오모군)

"등급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수시 원서를 써야 할지 고민입니다. 잘 본 사람이 많은 것 같아 정말 난감하네요."(김모양)

지난해에는 평가원의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수능을 잘 봤으면 정시로, 수능 성적이 낮을 때는 수시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이런 잣대가 없다. 서울 배화여고 3학년인 정모양은 "수시에 합격한 뒤 수능 성적(표준점수)이 잘 나오면 더 좋은 학교를 못 간 것이 아까울 것 같고, 수시를 포기했는데 수능 성적이 별로로 나오면 오히려 수시를 포기한 것이 후회될 것 같아 맘을 못 정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고 박철규 교사는 "등급을 예상할 수 없으니 수시 지원 여부를 놓고 학부모와 학생의 문의가 이어진다"면서 "특히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21일 고려대 논술고사를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전했다.

◆최저 학력기준 넘을까=최저 학력기준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도 수험생의 최대 관심사다. 수시 2학기 전형에는 '수능에서 몇 개 영역 몇 등급 이상, 특정 영역 몇 등급 이상' 등을 만족해야 하는 최저 학력기준이 있다.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불합격 처리된다.

수능 점수가 일정 기준을 넘을 때 합격하는 조건으로 수시 2학기 전형에 합격한 학생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서울 단대부고 홍성수 진학부장은 "수시에서 의예과 등을 지원한 학생들은 수리영역에서 1등급에 들어야 하는 데 몇 점 정도에서 1등급이 잘릴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수시에 합격했다는 염모양은 입시사이트에서 "언어와 외국어 3등급만 넘기면 되는데 만약 학력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답답함을 털어놨다.

하현옥.한애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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