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 의장 '본회의 사회'에 여야 모두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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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야당 의원들만 참석해도 15일에는 본회의 사회를 보겠다"는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의 선언은 여야 모두에 충격을 줬다.

민주당은 일단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당황한 표정이었다. 李의장의 입장이 확고하다면 민주당으로서는 ▶끝내 불참하거나▶李의장이 사회를 보지 못하게 막든가▶야당과 협상하는 세가지 중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의 두가지는 너무 모양새가 사납고 이제 와서 협상에 응하자니 내부 반발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어쨌든 李의장의 결정으로 민주당은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됐다.

송훈석(宋勳錫)수석부총무는 "李의장에게서 여야가 빨리 합의하라는 전화를 받긴 했지만, 민주당 소속인 국회의장이 여당 없이 본회의를 열겠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 의원들만 참석해 국무위원들에게 대정부질문를 한 전례가 없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것 아니냐"면서 "개회만 하고 다시 정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이상수(李相洙)총무는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의원의 사과가 없으면 야당 총무와 접촉할 이유도 없다"면서 강경방침을 밝혔었다.

정세균(丁世均)기조위원장은 "15일 오전 확대 간부 회의를 열어 검토해봐야겠다"면서 "安의원의 사과가 있어야 하는데 국회의장이 저렇게 나오면 우리로선 큰 부담"이라고 걱정했다.

李의장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李의장이 민주당 전국구 출신이면서도 당보다 개인의 인기를 의식하는 것 아니냐"고 언짢아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국회의장이 현명한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환영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李의장이 국회의 다수가 원하는 결정을 했다"고 치켜세웠다. 이재오(李在五)총무도 "의장이 여당 눈치를 보지 않고 의장 고유 권한을 발동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잘 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되면 민주당이 국민 앞에서 '왕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련 김학원(金學元)원내총무는 "李의장의 입장에 동의하며, 국회 본회의에 자민련은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혁.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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