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신두리 사구 사라질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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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해안에서 거의 유일하게 원형을 간직한 사구(砂丘.모래언덕)로서 지난 8월 천연기념물로 가(假)지정된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해안 사구가 주거시설이 들어서는 바람에 크게 훼손되고 있다.

최근 취재팀이 찾은 신두리 사구 지역에서는 전원주택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장 세 곳 가운데 두 곳은 기초공사가 끝났고 한 곳은 이미 건물이 거의 지어진 상태다.

공사장 주변 곳곳에는 흙더미가 쌓였고 '토지소유자 협의없이 이뤄진 천연기념물 지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플래카드가 10여개나 걸려 있었다. 현재 공사는 천연기념물로 가지정된 1백2만6천㎡(31만여평) 지역 한가운데에서 벌어지고 있다.

태안군은 지난달 초 건축주 李모(44)씨에게 공사를 중단하라는 계고장을 보냈으나 李씨가 공사를 강행했고 결국 지난달 말 태안군은 원상복구명령과 함께 李씨를 문화재보호법 위반혐의로 고발했다. 태안군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토지소유주인 李씨가 가지정 직후인 이달 초에 공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지정된 경우도 훼손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璿?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李씨측은 "천연기념물로 가지정되기 직전인 8월 하순 공사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李씨는 또 "5년 전에 1만평을 58개 필지로 분할해 건축허가까지 받았는데 토지소유주와 아무런 의논 없이 일방적으로 가지정했다"며 "현재 복구명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으며 앞으로 소송을 통해 재산권을 되찾겠다"고 반발했다.

환경부 생태계조사단 서종철 박사는 "신두리 사구 한 가운데 전원주택이 줄줄이 들어설 경우 경관 훼손은 물론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 사구 형태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가지정된 상태인데다 예산도 확보되지 않아 당장 정부가 매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해안을 따라 5백m 폭으로 4㎞나 뻗어 있는 신두리 모래언덕은 경관이 빼어나고 해당화.갯그령.통보리사초.왕소똥구리.금개구리 등 사구 특유의 식물과 희귀동물이 서식해 보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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