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박경완 역전 결승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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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뒷심에서 뒤질소냐.

지난해 한국시리즈 챔피언 현대가 12일 수원에서 벌어진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8회말 2사 만루에서 터진 박경완의 극적인 역전 2루타에 힘입어 두산을 5-1로 꺾고 한국시리즈에 한발짝 다가섰다.

현대는 8회초까지 0-1로 뒤져 패색이 짙었으나 한번 잡은 기회를 끝까지 물고늘어져 결국 상대를 넘어뜨리는 집중력이 뛰어났다.

초반 전세는 두산쪽이었다.2회초 선두타자 김동주가 투수 임선동을 스치는 내야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1사 1, 2루에서 홍성흔의 적시타로 가볍게 선취점을 얻었다. 이후 경기는 치열한 타격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현대는 두산 선발투수 구자운의 구위에 눌려 아예 득점기회를 만들지 못했고, 두산은 4회 1사 1, 2루와 7회 2사 3루 등에서 후속타 불발로 추가점을 얻지 못했다.

두산의 살얼음같던 리드는 8회말 현대 선두 박진만의 평범한 땅볼을 유격수 홍원기가 뒤로 빠뜨리면서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현대는 전준호가 정석대로 보내기 번트를 성공시켜 동점의 발판을 놓았고, 박종호 타석에서 두산 박명환의 6구째가 폭투가 돼 1사 3루가 됐다.

동점을 의식한 박명환은 박종호와 박재홍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 1사 만루의 역전위기를 자초했다. 운명의 순간, 박명환은 현대 4번타자 심정수를 3구 삼진으로 낚아올려 위기를 벗어나는 듯했으나 후속 이숭용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결국 동점을 허용했다. 안타 없이 내준 동점이었다.

두산은 계속된 위기에서 마무리 진필중을 마운드에 올렸다. 진필중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스트라이크를 던져 볼카운트 1-1을 만들었으나 바로 정직한 직구로 승부를 걸었고 박경완은 기다렸다는 듯 중견수 키를 넘기는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때려 순식간에 전세를 4-1로 뒤집었다.

기세가 살아난 현대는 후속 이명수가 우전적시타로 1점을 보탰고, 맥이 빠진 두산의 9회초 반격은 득점없이 끝났다.

▶김재박 현대 감독="선발 임선동이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1실점으로 막은 것이 승리의 원인이다. 다만 중심타선이 긴장한 탓인지 찬스를 이어가지 못해 초반 고전했다."

▶김인식 두산 감독="수비실책이 패인이라기보다 초반 찬스를 살리지 못한 타선이 문제였다. 또한 잘 맞은 공이 호수비에 걸려 아웃되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수원=이태일.김종문.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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