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체니 미국 부통령 테러이후 공식 발언 적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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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공습을 시작한 지난 7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떨어져 안전한 비밀장소로 옮겼던 딕 체니 부통령이 4일 만인 11일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그의 격리는 비상시 정.부통령이 함께 가까운 곳에 머무르는 것을 피하는 경호관례 때문이었다. 부통령은 대통령 유고시 승계 1순위다.

그래서 체니가 백악관에 머무른다는 것은 적어도 테러범들이 비행기나 폭탄 트럭으로 백악관을 공격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체니는 걸프전 때 국방장관을 지냈다. 사람들은 중동전쟁의 경험이 있는 그가 이처럼 긴박한 시간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더욱 궁금해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그가 어디서 지냈는지 힌트조차 주지않고 있다. 애리 플라이셔 대변인은 지난 9일 "부통령은 모든 진행상황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체니는 물리적으로는 떨어져 있었지만 화상회의나 전화를 통해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전시내각과 긴밀히 접촉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ABC방송은 "국민의 시야에서는 벗어나 있었지만 대통령이 신뢰하는 일급참모로서 체니의 영향력은 하나도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9.11 테러 이래 체니 부통령은 대외적으로 매우 정적(靜的)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가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단 한차례였고 그의 모습은 TV와 스틸 사진에 한번씩만 공개됐을 뿐이다. 일부 관측통은 이를 놓고 비상사태때 부시 대통령의 지도력을 집중 부각하기 위해 경험 많은 노장(老將)이 일부러 무대의 커튼 뒤로 물러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의회 소식통들 사이에선 지난 4일간의 잠적에 대해 "부통령의 지병인 심장병이 도진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등장하기도 했다고 한다.

체니는 심장박동기를 달고 있다. 하지만 백악관이 강력히 부인해 건강악화설은 쑥 들어갔다.체니는 12일 공영라디오방송인 NPR의 인터뷰에 출연할 예정이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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