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학 테러 한국 안전한가… 국내 반입도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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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에서 탄저병 환자가 잇따라 발생,생화학 테러 비상이 걸렸다. 정부도 12일 국내 생화학 테러에 대비해 화생방 기동분대를 편성하고 시민들이 많이 몰리는 시설은 테러 대비태세를 갖추도록 긴급 지시했다.

1995년 도쿄 지하철에 사린가스가 살포돼 십여명이 목숨을 잃었던 일본도 생화학 테러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있다. "'만약'이 아니라 '언제'가 문제일 뿐"이라는 생화학 테러의 가능성과 유형,국내 대비책 등을 알아본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으로 미국에서 생화학무기에 의한 테러 발생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한국은 생화학무기로부터 '안전지대'인가" 하는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군사전문가들은 한국이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 조직의 목표가 될 수 있는 미군 기지가 배치된 데다, 북한이 이들 무기를 상당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 생화학무기 반입 가능=1980년대 이라크-이란전쟁 당시 이라크군은 신경가스 등을 넣은 탄두를 쏜 적이 있으며, 파키스탄.이라크.이란.시리아 등 아랍권 국가들이 생화학무기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빈 라덴 조직 및 추종세력들이 이를 입수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대표적 생물무기인 '탄저균'과 일부 화학무기들은 분말상태로 보관.이동이 가능하다. 때문에 테러리스트들이 한국 내 미군기지 등을 목표로 삼을 경우 이들 무기를 몸에 은닉한 채 공항 검색요원들의 눈을 피해 국내로 반입할 수 있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북한의 생화학무기 보유량은=북한은 61년 김일성(金日成)이 조선노동당 제2기 2차 전원회의에서 화학 및 생물학전 능력을 갖출 것을 강조한 뒤 자체 개발.생산시스템을 갖췄다.

'화학무기 사용금지조약' 등에 가입하지 않은 북한은 미국.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의 화학무기 보유국인 동시에 탄저균.페스트.보툴리누스.천연두 등 생물학무기도 상당수 생산.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유사시에는 한반도가 생화학무기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견해다.

◇ 군의 대비=군 당국은 현재 '화생방 방호사령부'를 중심으로 생화학무기에 의한 테러 방어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예하부대인 화학부대의 인원과 장비를 대폭 보강해 '탐지 및 제독'능력을 강화하는 한편 민.관.군 통합 화생전 방호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또한 지하철역 근무자 등을 대상으로 테러 대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98년 탄저균 예방백신을 접종한 주한미군은 최근 가족들에게도 방독면을 나눠준 것으로 알져지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화생방전에 대비한 방호 시스템은 갖춰놓았다"면서 "그러나 인구밀집지역에 위치한 미군시설 등을 상대로 생화학무기에 의한 테러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에 민.관.군 합동으로 반입 루트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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